"제발 욕하거나 장난삼아 툭툭 치지 마세요, 힘들어요!"

입력 2010-09-04 07:04:38

경기 시작 전 블레오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기를 펼치고 있다.
경기 시작 전 블레오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마스코트는 모두 5명이다. 수컷 블레오 2명과 암컷 블레오 2명 그리고 응원단장을 맡고 있는 'Any B'. 블레오는 화·목요일에는 암수 각각 1명씩만 투입되고, 주말에는 총출동된다. 이 다섯 중 'Any B'는 특별하다. 삼성 구단의 전략으로 그 속에 누가 있는지 극비사항이다. SK와이번스의 용 캐릭터로 활약하다 삼성으로 온 이 'Any B'는 12년차 베테랑으로 치어리더들과도 환상 호흡을 자랑한다.

다섯 캐릭터의 고생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몇 시간 동안 이 역할을 해 본 기자가 '블레오와 Any B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팬들과 관중들에게 대신 당부하면 이렇다.

1. 욕하지 마세요=블레오 캐릭터들이 가장 싫어한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 선수에게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거나 "앞으로 잘 하겠냐" "우승은 글러먹었다" "참 재미없는 야구하네. 너 뭐냐?" 등 신경에 거슬리는 말을 들을 때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

2.'툭툭'치지 마세요=물론 장난치고 싶고 좋아서 하는 행동인 것은 알지만 힘든 블레오를 더 지치게 한다. 기자 역시 일일 체험이었지만 장난기 많은 한 관중에게 당하고 나니 '욱' 하는 게 올라왔다. 그래도 팬들을 위해 참아야 하는 것이 블레오의 숙명이다.

3. 꼬리 잡아당기지 마세요=사자 캐릭터이다 보니 뒤에 꼬리가 있는데 장난삼아 당기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너무 세게 당기면 떨어질 수 있고, 사람이 많은 때는 더 정신이 혼란스럽다.

4. 먹을 것은 가급적 사양="고생한다"며 음료수를 주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먹을 수는 없다. 어떤 관중은 통닭이나 과자를 먹으라며 입에 넣어주는데 지나친 장난이다. 기분 좋은 말과 표정, 열광적인 응원이 블레오에겐 제일 큰 힘이다.

권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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