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모호한 여성단체 새 역할·목적 찾아라"

입력 2010-09-04 07:12:16

대구女協, 실태와 활성화 방안 연구

대구여성단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자료가 처음으로 발간됐다. (사)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는 연구논문 '대구여성단체의 실태와 활성화 방안'을 펴냈다. 대구여성단체협의회 소속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김영화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김재경 동아대 사회학과 초빙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

대구여성단체협의회는 1959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기점으로 1982년 설립됐다. 3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회원 단체 41개에 회원 수는 11만 명이나 돼 규모나 설립 시기 측면에서 보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구 여성단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구여협 소속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여성의 지역봉사단체'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스스로 정파성이 없는 '순수한' 봉사단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 변화와 상관없이 주부로서 역할을 지역사회에 확장하고자 하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여협 소속 단체들이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쟁점화하지 않는 것은 여협의 태생적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여성 단체들은 정부 또는 자치단체의 필요에 따라 시정을 홍보하는 자원봉사역할을 해왔으며 시 정부는 시상식이나 강연회에 이들을 초대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로 여성단체와의 '상생'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여성단체장들이 이런 동원적 성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의견을 표출하는 것조차 대단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번 연구에서 여성단체의 문제점으로는 선거제도, 의사결정과정에서의 비민주성, 관 주도적 활동, 행사 때 동원되는 역할, 일회성 이벤트 중심의 행사, 전직 회장의 지위와 역할의 모호함, 노후성, 재정부족 등이 꼽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여협 소속 단체의 사무실이 없는 곳이 40%에 이른다. 사무실은 회원 간 교류의 장소이자 사업 추진을 위한 핵심 공간인데 사무실이 없는 단체가 40%나 된다는 것은 단체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연구서는 여성단체 활성화 방안으로 여협 소속 여성단체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여성단체의 새로운 역할과 정체성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또 지방화 시대에 맞게 단체의 목적을 보다 분명히 하고 목적에 맞는 사업 내용과 대상을 특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대적으로 시대적 이슈에 무관심했던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연대할 필요가 있는 경우 다른 여성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를 진행한 김영화 교수는 "여성의 역사를 경험한 현재의 리더들이 시대적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하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다음 세대의 리더들을 위한 훈련과 이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일 시기"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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