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등 글로벌 업체 앞다퉈 개발, 고가 비해 치료효과는 의문
"그냥 화장품이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최근 화장품 시장에 '생명·유전자 공학'을 접목한 각종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 화장품이 '미의 상징'으로 예쁘게 보이는 데 초점을 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화장을 짧고 가볍게 마무리하면서 건강하고 탄력 있는 피부를 가꾸는 쪽으로 여성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 성분, 세포 생명주기 연장, 피부 재생 등 피부세포의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과학적 시도가 화장품 업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피부를 보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화 속도를 늦추고 재생을 돕는다는 최첨단 기술. 이들이 선사해 준 '화장품 과학'을 과연 믿어봐도 될까?
◆생명공학·바이오 화장품
바이오 화장품 붐의 진원지는 막강한 연구개발(R&D) 파워를 갖춘 글로벌 업체들이다. 가장 먼저 '화장품 과학'을 시도한 것은 글로벌 화장품업체인 '디올'. 2008년 업계 최초로 줄기세포 화장품인 '캡춰' 라인을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이후 '랑콤'은 4천400개의 유전자분석, 1천300개의 단백질 분석을 실시해 젊은 피부와 노화가 진행된 피부의 유전자 코드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피부 젊음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생성을 높여주는 젊음의 유전자활성 에센스 '제니피끄'를 출시해 국내 바이오 화장품 붐을 주도했다. 이 제품은 랑콤 에센스 중 최단 기간에 최대수량 판매를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업체들이 내놓는 성분은 모두 제각각의 특허와 기술을 보유했다. '시슬리'에서는 시간생물학, 유전학, 피부생리학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자체 특허성분인 '휘또 꽁쁠렉스 LC12'를 개발했다. 손상된 피부를 과거 젊은 피부로 돌려주는 성분으로 유전적인 피부 노화가 지연되면서 건강하게 복원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시세이도'는 노화의 핵심을 밝히는 '서핀b3'(Serpin b3)를 발견하고 이의 생성을 억제해 피부노화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독자적인 안티에이징성분 '스킨제네셀1p'를 개발했다. 피부노화의 고리를 끊어 피부노화를 강력하게 차단하고 피부 속과 표면의 세포재생을 빠르게 촉진시켜 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가 대세
이런 바이오 화장품은 국내 화장품 업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화장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내 유수의 피부과 전문의가 공동 개발한 닥터자르트는 과학적 기능성 화장품을 표방하고 있다. 저자극, 무합성 색소, 무합성 향료를 원칙으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성분을 최대한 제한하고 안전성을 강화해 만든 제품으로 민감한 피부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줄기세포 기술력을 응용한 최첨단 생명공학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 8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배아줄기세포 배양액 성분들을 피부에 적합한 최적의 성분으로 재조합해 만들어 효능이나 안정성 면에서 탁월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의 슈퍼 모이스처 에센셜 크림(50㎖/9만원)은 '올리고 히아루론산'과 해양 유래의 줄기세포 '액티베이터' 성분이 함유된 고보습 크림으로 나노테크놀로지 기술을 적용했다.
브랜드숍들도 뒤처지지 않는다. 네이처 리퍼블릭은 풍란 줄기세포와 5가지 발효 약용버섯 추출물을 담은 프리미엄 피부재생 크림을 출시했고, 더페이스샵은 해양식물줄기세포 성분을 함유한 '마린 스템셀 셀 리프팅' 6종을 선보였다.
◆믿어도 될까?
바이오 화장품의 인기는 선풍적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봄을 기점으로 유전자·생명공학 화장품 매출이 40% 정도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김윤영 오휘 숍매니저는 "줄기세포 화장품은 기능성 화장품으로 가격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효능면에서 탁월함을 인정받으면서 충성고객을 중심으로 찾는 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생명공학에 기초를 둔 바이오 화장품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이전 화장품과 달리 생물이 자연적으로 만들어내는 물질을 응용한 것이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고 안전한 것이 특징이다. 또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성분들을 생명공학 기술인 '복제'(클론·clone)를 이용해 배양한 다음 화장품에 넣음으로써 색조화장을 위한 피부관리가 주 목적인 소극적 개념의 일반 화장품과는 달리 피부 밸런스의 유지는 물론 각질, 확대된 모공, 잔주름, 기미, 잡티, 검버섯 등 다양한 피부의 문제를 개선하는 적극적 개념의 화장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능성 화장품들이 모든 여성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가격대가 너무 고가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때로는 화장품이 마치 치료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대광고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화장품은 의약품과 달라 단기간에 뚜렷한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
줄기세포 배양액이 화장품 성분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줄기세포 배양액을 화장품 금지원료 목록에 포함시키려는 검토를 시작했다가 업계와 학계에서 반발하자 이를 중단한 바 있다.
대백프라자점 패션잡화팀 김수영 주임은 "유명 브랜드의 기능성 화장품일지라도 사람의 피부 및 체질에 따라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화장법이다"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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