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중앙도서관은 '흡연자 천국'…이용객 불만

입력 2010-09-03 10:39:33

남성휴게실 흡연실 설치…도서관 측 "몰래 피던 흡연자 사라져"

대구 중구 중앙도서관 4층 흡연실에 마련된 대형 재떨이에 담배 꽁초가 흉측하게 버려져 있다. 성일권기자 igsung@msnet.co.kr
대구 중구 중앙도서관 4층 흡연실에 마련된 대형 재떨이에 담배 꽁초가 흉측하게 버려져 있다. 성일권기자 igsung@msnet.co.kr

공무원 준비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김인경(26·여) 씨는 매일 대구 중앙도서관을 찾고 있지만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기 일쑤다. 몇 달 전부터 열람실 근처 옥외 휴게실에 흡연실이 생기면서 담배 연기가 복도까지 넘어오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담배 연기 탓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용객들은 휴게실을 이용할 수도 없고 바람이 부는 날은 복도 전체가 연기로 가득하다"며 "흡연실이 들어서고부터 4층 전체에 담배연기가 진동하면서 흡연자 천국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대구 중앙도서관에 큼지막하게 들어선 흡연실이 비흡연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사회 전반에 금연열풍이 일고 있는 마당에 대구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도서관에 혈세를 들여 흡연실을 크게 만든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것이다.

2일 오전 11시 중앙도서관 4층 남자전용휴게실. 이곳은 도서관 측이 지난 6월 4천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여성휴게실과 함께 만든 곳이다. 휴게실에는 담배를 입에 문 성인 남성들로 붐볐다. 휴게실 한편에 서 있는 식수대 모양의 대형 재떨이에는 누런 담배꽁초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민우(28) 씨는 "가뜩이나 사용인원에 비해 열람실 등이 좁아 이용이 불편한데 별도의 옥외 휴게실에 흡연실을 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가족단위 이용객과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흡연실은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주부 박인자(35) 씨도 "7살 아이와 함께 자주 도서관을 찾고 있는데 여성 휴게실도 담배연기로 자욱하다"며 "대구의 대표 도서관이면 마땅히 금연 건물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중앙도서관 측은 "좁은 장소 등으로 도서관에 마땅한 흡연 공간이 없다 보니 흡연자들이 도서관 앞마당이나 심지어 도서관 안 계단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며 "흡연실이 제대로 갖춰지고부터 이런 행위가 사라졌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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