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불편한 진실

입력 2010-09-03 10:51:35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출연한 영화 '불편한 진실'을 본 사람이라면 작은 얼음조각을 붙들고 있는 북극곰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거대한 빙하 위에서 뛰어놀아야 할 북극곰이 제 몸뚱이만 한 얼음에 의지하며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지구 온난화의 상징이 됐다.

확실히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불을 지핀 것은 유엔 산하기구인 IPCC, 즉 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다. 1987년 제네바 1차 세계기상회의에서 결성된 IPCC는 이후 여러 차례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2007년 파리회의에서 발표된 4차 특별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세계인의 화두(話頭)로 등장시켰다. 이 보고서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는 2035년, 혹은 더 일찍 사라질 위험이 높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세계적인 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IPCC의 경고에 세계는 경악했다. 불과 30여년 후에 히말라야의 얼음이 모두 녹아내린다면 지구촌은 '노아의 방주'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를 줄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며 세계 각국이 '녹색산업'에 목을 맨 것도 이때부터다.

그런데 네티즌들이 해킹해 본 결과, 2035년이란 숫자는 러시아의 한 연구논문이 제기한 2350년이란 숫자의 순서를 뒤바꿔 놓은 것에 불과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보고서에는 "네덜란드 국토 면적의 55%가 해수면보다 낮다"고 밝혔는데 네덜란드 정부는 "국토 면적의 26%만 해수면보다 낮다"고 반박함으로써 IPCC는 과학적 신빙성에 상처를 입었다.

급기야 국제아카데미위원회(IAC)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IPCC 의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 전반의 개혁과 이해관계 개입 가능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며 엄중히 경고했다. 이해관계란 탄소배출권(CER)을 말한다. 즉 탄소를 배출하는 업체는 그 양만큼을 돈으로 지불해야 하며, 배출하지 않은 업체는 그 양만큼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녹색산업'이 결국 돈과 결부돼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부럽다. 어떻게든 진실을 밝히겠다는 IAC의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우리는 국회에서도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얼버무려 넘어가는 것이 다반사가 아닌가.

다행히 오는 11월, 제32차 IPCC총회가 부산 BEXCO에서 열린다. 어느 것이 진짜 '불편한 진실'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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