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도로 곳곳 누더기…강수량 작년 절반, 계곡도 말라버려
올들어 울진군을 찾은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하는 등 울진의 관광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울진군 등이 여는 축제들이 관광객 유치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해수욕장 및 도로관리 부실에다 강우량 부족으로 계곡마저 말라버려 관광객들이 울진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 지난해의 1/6 수준 급락
울진군에 따르면 작년 한해 울진을 찾은 관광객은 490여만 명. 하지만 올들어 8월 말까지 관광객 수는 80만 명으로 격감했다. 올해 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눈에 띄게 관광객이 준 것이다. 농업엑스포가 없던 2008년에도 관광객 380만 명이 울진을 방문했다.
'관광 울진'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울진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도 대폭 줄었다. 해수욕장 운영기간인 7월 24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나곡, 후정, 봉평, 망양정, 기성망양, 구산 등 울진지역 대표 해수욕장 6곳을 찾은 관광객은 13만5천7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만8천883명보다 무려 35%나 줄었다.
인근 영덕군 고래불해수욕장이 지난해보다 관광객이 20%나 늘어난 64만 명을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울진 주민들은 "고래불해수욕장은 꾸준한 시설 관리와 알찬 축제, 백사장 확보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관광객이 늘어난 반면 울진 해수욕장은 거꾸로 가고 있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울진지역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는 것은 모래 채취에다 옹벽, 방파제 등 '난개발'로 인해 백사장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봉평해수욕장 경우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해안 침식으로 백사장이 바다로부터 4m가량만 남아있다. 10년 전 폭이 20m에 달하던 백사장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후포, 평해 등에 자리한 해수욕장과 해안 8곳 역시 방조제 등 하구둑에 막혀 토사 유입이 이뤄지지 않아 백사장이 줄어들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도 백사장 유실로 이어지고 있다. 울진군 앞바다에서 1980년대 초반부터 올해까지 매년 퍼낸 바닷모래는 20만~50만㎥에 이른다. 울진군은 관광자원인 백사장 소실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설허가권을 내주지 않았지만, 행정심판에서 업체에 패소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업체가 모래를 퍼내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지역 관광객은 거리가 가까운 영덕으로, 수도권 관광객은 영덕이나 포항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행정력 부족탓?
관광객 유치를 위한 울진군 행정에도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있다. 하수관거사업을 이유로 후포, 죽변, 부구~덕구간 도로 곳곳이 여름 휴가철 내내 누더기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최근 가족과 함께 덕구온천으로 가다 차가 웅덩이에 빠져 피해를 입은 황모(55·경주시) 씨는 "공사도 좋지만 운전자의 안전을 배려하지 못한 행정이 울진의 이미지를 멍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불영사계곡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휴게소 역시 정비가 안 돼 피서객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식수대 수도꼭지는 사라진 지 오래고, 낡은 입간판은 여기저기 뜯겨진 채 방치돼 있었다.
해수욕장과 함께 관광객 유치의 일등공신인 울진지역 계곡들은 오랜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올해 7, 8월 울진지역 강수량은 170㎜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6㎜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물놀이는커녕 온남면 등 800여 가구는 비상급수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렸다. 인근에 계곡이 있는 덕구온천관광호텔도 지난해 7, 8월 5만여 명의 온천객이 찾았지만 올해는 3만5천여 명에 그쳤다. 불영사 계곡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0·여) 씨는 "계곡물이 마르면서 관광객수가 줄어들어 여름철 장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진군 한 관계자는 "올해는 냉수대 발생과 강수량 부족으로 휴가지 환경이 좋지 않은데다 기반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관광객이 줄었다"며 "앞으로 먹을거리 개발, 기반시설의 지속적인 보완 등을 통해 울진 관광의 면모를 새롭게 다지겠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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