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매미의 껍질

입력 2010-09-02 08:52:46

성충 될 때 탈피한 껍데기, 열 내리고 눈 맑게 해

더위를 피해 찾아가는 산과 계곡에서 짙은 녹음, 계곡 물소리, 몸을 스치는 바람의 감촉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자연의 화음은 매미 소리다. 흔히 여름의 전령으로 불리는 매미는 보통 6월부터 10월까지 울어댄다. 수매미는 발성기관을 가지고 있어 목이 터져라 울어대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는데, 이는 일종의 종족번식을 위한 행위다. 종류별로 발성기관의 구조와 소리가 다르다. 암매미는 발성기관이 없어 소리를 내지 못한다.

매미의 일생은 크게 3단계인데, 알에서 유충기를 거쳐 성충인 매미로 자란다. 암매미가 나무껍질에 알을 낳으면 1, 2개월 후에 부화해 땅으로 떨어진다. 유충은 땅속으로 들어가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면서 2~10년 정도의 유충기를 보낸다. 세계에서 유충 기간이 가장 긴 매미는 북아메리카에 있는 매미로 17년 동안 땅속에서 유충생활을 하여 '17년매미'라고 불린다. 유충 기간이 지나면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껍질을 벗고 성충인 매미로 변신한다. 유충 기간에 비해 성충의 수명은 매우 짧은데 보통 2, 3주 남짓이다.

매미는 이처럼 성충이 되기까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세상에 나와 여러 천적들에 의해 희생되기도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무 수액만을 먹고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다. 옛 선인들은 오랜 기다림 속에 세상에 나와 속세의 오욕에 물들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매미를 보고, 곤충 가운데 가장 고고하고 깨끗하여 선비들이 배워야 할 덕을 가졌다고 여겼다.

일찍이 진(晉)나라의 육운은 한선부(寒蟬賦)에서 매미를 보고 문(文), 청(淸), 검(儉), 염(廉), 신(信)의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예찬했다. 매미의 날개가 투명하듯 정사(政事)를 맑고 투명하게 하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왕이나 신하들은 매미 날개 모양의 관모(冠帽)를 쓰고 국사에 임했다. 즉 매미의 날개를 옆으로 펼친 모양이 문'무관이 평상복에 착용하던 모자인 오사모(烏紗帽)인데 지금은 흔히 전통 혼례식 때 신랑이 쓴다. 매미가 나는 날개 모양이 위로 서 있는 것이 임금이 쓰는 익선관(翼蟬冠)이다. 바로 매미의 오덕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요즘의 매미는 천덕꾸러기이다. 최근 수액을 빨아먹어 과수를 말려 죽이는 꽃매미가 급속히 늘어 과일 농사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매미가 우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수명도 길어졌다. 더운 여름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데 도시에서는 가로등 때문에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 아파트단지와 주택가를 장악한 매미의 울음소리는 지하철역 승강장에 전동차가 들어올 때의 소리 크기와 비슷하다고 한다.

매미과에 속한 곤충인 말매미가 성충이 될 때 탈피한 껍데기를 한약재명으로 선태, 선퇴, 선의라 한다.

한의학적으로 선태의 성질은 차고 단맛이 난다. 성질이 차면서 질이 가벼워 열을 내리게 하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감기 등으로 인한 두통, 발열, 해수, 인후통, 안구 충혈, 백내장 등에 이용된다. 그리고 피부질환으로 인한 피부소양, 두드러기, 발진 등에 효과가 있다. 소아의 경우 발열로 인한 감기, 밤에 잘 자지 않고 우는 야제증(夜啼症), 경기, 파상풍 등에 응용된다.

약리학적으로 선태는 키틴(chitin), 단백질, 아미노산과 유기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키틴은 키토산의 전구물질로 갑각류나 곤충류 등의 껍질에서 추출하는데 동물성 식이섬유로 지방, 중금속 등을 흡착하는 특성이 있다. 실험적으로 해열과 항염증작용이 있어 감기 등으로 열이 나거나 인후가 부었을 때 효과가 있으며, 파상풍 유발 동물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관지 평활근의 경련 완화 효과가 있어 해수와 천식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임신부에게는 유산 위험이 있어 복용을 금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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