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 개관기념전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 개관기념전 '기억 깨우기'의 첫 번째 전시로 정병국의 전시가 12일까지 열린다.
푸른 색조의 화면 안에 남자가 앉아있다. 옷을 입지 않은 그 남자는 얼굴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배경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만 그 옆에 다양한 색의 꽃다발만이 현실 감각을 일깨워줄 뿐이다. 작가는 '인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하지만 인물 묘사에 표정이나 옷, 배경은 없다. 그의 작품에는 오롯이 인간만이 남아있다. 정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사람을 그리면서 표정을 숨기고 뒷모습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제 그림에서 인물은 희로애락을 보여주지 않아요. 그래서 그림을 보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대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작가의 이런 배려 때문일까. 관객은 그의 그림 속으로 쉽게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초현실적인 푸른 화면 속에 침묵만이 가득한 세상. 그곳에서 우리는 옷도, 치장도 빼버린 인간 본연의 고독함과 쓸쓸함을 대면할 수 있다.
그의 그림에는 그림을 설명해줄 만한 대부분의 단서가 제거돼 있다. 배경조차 회색과 푸른색으로 채워져 있다. "지상의 생겼다 없어지는 덧없는 사물을 가능하면 그림에서 배제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 때문이다. 설명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렬하다. 명상의 색조인 푸른색은 그림 앞에서 한없이 깊은 침묵과 명상을 경험하게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영상 작품을 전시한다. 사실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영상적이다. "나와 그림의 첫 육감적인 만남은 극장의 영화 간판을 통해서다"라는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의 작품은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영상적 요소가 강하다.
그동안 평면 작품을 고집해왔던 작가는 새로운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뒤돌아선 남자의 벗은 뒷모습은 영상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그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나비만이 움직인다.
한편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에서 올해 말까지 열리게 되는 '기억 깨우기' 전시는 예술을 통해 그동안 축적된 대구의 가치를 기억하는 전시로, '꿈과 가치를 생각하는 작지만 특별한 전시'를 지향한다. 앞으로 김호득, 이명미, 류재하 등이 차례로 12월까지 전시를 연다. 053)661-308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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