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8·대구시 동구 신천동) 씨는 이번 여름방학 전 중학교 3년생인 아들의 주소지를 수성구 범어동 할아버지 집으로 옮겼다. A씨는 아들이 불편하다며 반발했지만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가야 한다며 1년만 참으라고 달랬다. 그는 "아버지 댁이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고교 부근에 있어 아이가 그곳으로 진학하면 공부에 더 열중할 것으로 믿는다"며 "학군과 대학 입학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인근 고교에 배정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8·8 개각에 따른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위장전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청문회에 나온 고위 공직자들은 너도 나도 "세태에 따랐을 뿐"이라며 도덕불감증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위장전입은 대구 지역 시민들 사이에서도 만연하고 있다. 통계상 수치는 줄어들고 있다지만 '입시 명문고' 진학을 위한 학부모들의 위장전입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면서 위장전입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위장전입 실제 줄었을까
지역에서의 위장전입은 이른바 '교육 특구'로 알려진 수성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성구청은 2002년부터 일반계 고교 배정 예정자 거주사실 여부를 조사해왔다.
구청에 따르면 위장전입은 점점 줄고 있는 추세다. 2002년 위장전입 적발 사례는 조사대상의 29%에 이르렀지만 지난해는 2.1%로 급감했다.(표 참조) 통계 수치만으로는 위장전입이 극소수 학부모의 '교육열' 탓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는 게 교육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학부모 및 교사들은 위장전입 사실을 감추기 위한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데 따른 통계 수치상의 오류라고 보고 있다.
위장전입 단속 공무원들도 "점점 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공무원들은 학교 인근에 전·월세만 얻어놓고 학생의 책 일부, 옷가지, 책상 등을 옮겨 놓는 경우에서부터 위장전입 학부모에게 돈을 받은 집 주인이 "아이가 학원갔다가 밤늦게 들어온다", "(해당 가족이) 잠시 외출했다" 는 등 온갖 핑계를 대며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버티는 것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점점 교묘해지는 위장전입 수법
북구 산격동의 B(45) 씨는 지난해 수성구 범어동의 친척 집과 1년 동안 아예 주민등록상 집 주소를 서로 바꾸는 방법으로 위장, 원하던 고교에 아들을 진학시키는 데 성공(?)한 경우다. B씨는 목적을 이룬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수백만원짜리 과외는 못 시켜주더라도 면학 분위기가 좋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갈 수 있다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며 "대통령도 위장전입을 하고 그 아래 공직자들도 마찬가지인데 일반 시민들을 탓할 수 있느냐"고 당당하게 말했다.
수성구 범어4동 위장전입 단속 담당자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 확보가 쉽지 않다. 사법권이 없는데다 집안을 살피려 해도 불쾌하게 여기는 주민이 많아 동네 특수성을 감안해달라며 통사정해야 할 판"이라며 "심지어 낮에는 사람이 없으니 밤 12시 넘어 찾아오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이희갑 장학관은 "올해부터는 주소지를 초월해 학군을 배정하는 광역학군제를 도입했고 자율형 공·사립고와 과학영재고 등이 생겨나기 시작해 수성구로 무리하게 전입하려는 현상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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