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이 몸에 맞는 볼을 던져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한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24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윤석민은 9회 2사 후 체인지업을 던지다 손에서 볼이 빠지면서 롯데 조성환의 머리를 맞혔다. 고의성은 없었지만 일부 팬들은 그를 비난했다.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도 가해자가 된 윤석민은 심한 자괴감에 스트레스증후군과 우울증 증세를 보인 끝에 올 시즌을 접었다.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이라고 했다. 남에게 해를 끼치면 마음이 편치 않은 게 한국인의 정서다.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는 속담이 스포츠 현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공을 맞은 타자에게 투수가 모자를 벗어 예의를 차리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며 우려스러운 것은 경기장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중 하나가 지역감정이다.
과거 정치적인 지역감정이 프로야구를 통해 드러난 적이 있다. 특히 삼성과 해태의 경기는 매 경기 전쟁터를 방불케 했을 때가 있다. 해태의 선수단 버스가 불에 타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당시 야구팬들은 지역감정과 프로야구의 지역연고제를 동일하게 여겼기 때문에 과격한 행동마저도 지역사랑으로 여겼고, 다수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스포츠는 정치적 대리전 형태가 아닌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KIA전에서 롯데 팬들은 쓰레기를 경기장 내로 던지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치열한 4강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성흔에 이어 조성환까지 부상당한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대가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는 팀이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날 관중들이 보인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응원 문화를 이끌고 있는 부산이었기에 더욱 안타깝다.
프로야구선수는 사회적으로 공인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 '여론'의 질책을 받는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을 요구받는다. 선수는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이런 기준이 이제 관중에게도 적용돼야 할 것 같다.
윤석민은 베이징올림픽 때 우리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전해준 선수다. 그가 이번 사태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격려하자.
만약 이런 논쟁이 확대된다면 앞으로 투수들은 몸 쪽으로 공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몸 쪽 승부가 사라지면 프로야구를 보는 재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승부는 경기장 안의 선수들에게 맡기자. 경기장 밖에 있는 관중들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기면 된다. 아쉽고 억울한 상황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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