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프런티어]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최창혁 교수

입력 2010-08-30 07:22:41

어깨질환 노하우 공유, 지역병원들 들쭉날쭉 진단 없어야죠

느닷없이 결례를 무릅쓰고 묻겠다면서 "스스로 왜 유명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첫 질문을 던졌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최창혁(47) 교수는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유명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운을 뗐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어깨관절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시작한 의사. 초진환자 예약이 두 달가량, 수술 스케줄이 한 달 이상 밀려 있을 정도로 많은 환자가 찾는다.

◆지역병원 신뢰도 높여야

'유명세'라는 말이 못내 부담스러웠던지 의사 본연의 자세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어깨질환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커졌습니다. 연구회를 만들어 어깨에 관심있는 의사들과 함께 공부하는 까닭도 이런 이유입니다. 혼자 명의가 되는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비슷한 의료수준을 지역에서 공유해야 환자들이 믿고 지역에 머물 수 있죠. 이 병원과 저 병원의 진단이 다르면 환자는 불신하고, 결국 서울로 가 버릴 겁니다."

최 교수는 스스로를 '그저 먼저 시작한 사람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초''선두'라는 말보다 '확실''안정'을 선호한다. 초진 환자에게 20~30분씩 할애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원인을 제대로 찾아야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환자의 일상생활부터 좋아하는 운동과 최근 발생한 일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묻는다.

어깨질환은 장기간 반복된 습관에서 비롯되기 때문. "환자가 자신의 병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의 몫은 3분의 1입니다. 환자가 이해하고, 수술 후 꾸준한 운동치료를 받는 게 오히려 더 중요하죠. 의사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건 아닙니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환자와의 공감대가 그만큼 필요하다는 뜻이죠."

수술 전날 그는 환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수술팀과 환자들이 모여 수술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궁금증도 풀어준다. 2003년부터 7년째 계속된 일. 환자끼리 모임도 갖게 한다. 사실 의사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환자마다 수술 후 차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행여 환자끼리 모임을 갖게 되면 회복이 더딘 환자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의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학회에서 인정받는 의사

다음 달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견주(어깨)관절학회'에 발표자로 참석한다. 어깨뼈를 감싸는 근육 중 하나인 회전근개가 손상을 입었을 때 이를 연결하는 수술법 중 하나인 '교량형 봉합술'에 대한 임상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 찢어지거나 끊어진 근육은 뼈 아래쪽으로 말려들어가는데, 이를 끌어내 원래 위치에 붙여놓는 것이 회전근개 복원술이다. 교량형 봉합술은 2007년 처음 소개된 회전근개 복원수술 기법. 최 교수는 학회지를 통해 이를 접한 뒤 곧바로 도입했다. 보다 안정적으로 복원할 수 있겠다는 믿음 때문.

"교량형 봉합술을 다소 보완한 수술법으로 80례 시술을 했고, 이 중 1년 이상 경과 관찰이 끝난 42례에 대한 결과를 발표합니다. 초음파 관찰 결과 85%가 안정성을 유지했고, 재수술은 2건에 불과했습니다. 교량형 봉합술 임상발표는 제가 처음일 겁니다."

아무나 세계학회에서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의사가 학회에서 인정받고, 발표내용도 신뢰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유럽 학회가 끝나자마자 그는 베이징으로 가서 '아시아관절경학회'에 참석한다. 관절 불안정성, 즉 습관성 어깨 탈구를 교량형 봉합술을 응용한 관절경 수술로 치료할 수 있음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그는 스스로 "남보다 앞서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거듭 말하며 먼저 나서는 것을 경계했지만, 동시에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한 첨단기법 도입을 게을리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어깨질환, 무심코 넘겨선 안돼

처음 대구가톨릭대병원에 왔을 때만 해도 어깨는 전혀 각광받지 못했다. 어깨는 '잊혀진 관절'이었다. 대부분 통증이 있어도 참았고, 의사조차 수술해도 별 차도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는 수명이 길어지고 경제적 여건이 나아질수록 어깨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막상 어깨질환을 전공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배울 곳이 없었다. 지역에서 어깨 전문의가 한 명도 없던 시절이었다.

마침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김승재 교수가 '관절경 연수실'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연락했고, 흔쾌히 가르쳐주겠다고 승낙했다. 반년 가까이 매주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가서 어깨질환에 대해 배웠다. 외국에서 학회가 열릴 때마다 일주일에서 한달 가까이 참석해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배웠다. 1996년 처음 그가 어깨를 시작했을 당시,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어깨 수술은 1년내내 거의 없다시피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어깨질환으로 그를 찾는 환자는 연간 2천 명에 육박하고 수술환자는 350~400명을 헤아린다. 매주 7, 8명씩 수술하고 있다. 회전근개 손상과 습관성 탈구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깨질환이 80~90%, 팔꿈치질환이 10~20%를 이룬다. 최근 들어 어깨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환자도 크게 늘었다.

"70대를 훌쩍 넘긴 할머니 환자가 있었어요. 운동을 즐기는 분이었는데, 남편과 사별한 뒤 어깨질환까지 생겨서 힘들어했습니다. 연세가 있어서 수술해도 운동을 다시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환자분 의지가 강해서 결국 수술을 했죠." 수술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이후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괜히 수술을 했다며 최 교수를 원망했다. "시간이 필요하니 꾸준히 운동치료를 받으라고 말씀 드렸죠. 다행히 의지가 강한 환자분이어서 1년 뒤에 다시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시더군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특히 어깨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주사로 통증만 치료하는 경우다. "아플 때마다 주사만 맞고 넘어가는 탓에 결국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심한 경우 염증이 생겨서 아예 어깨를 망쳐서 오는 환자도 있습니다. 여러 군데 병원에서 통증치료만 받고 온 탓에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도 곤란하죠." 특히 최근 들어 이런 염증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걱정스러워했다.

"관절 불안정성으로 인한 습관성 탈구는 젊은층에서, 흔히 오십견으로 오해하는 회전근개 손상은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통증이 있다면 단편적인 치료에 매달리지 말고 반드시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글·사진=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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