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좇는 사회] 항생제 얼마나 알고 있나요?

입력 2010-08-26 14:27:30

약 오'남용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항생제다. 항생제 과다처방 실태를 놓고 갑론을박도 벌어진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국의 성인 남녀 1천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2.2%가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항생제 사용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항생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구시 의사회 손창용 이사(부강외과 의사)로부터 항생제에 대해 들어봤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내성이 생긴다고 하는데.

▶박테리아는 '플라스미드'(필요한 유전 정보들을 별도로 조그만 DNA조각에 모은 것)를 추가로 가지고 있다. 이것은 원래의 DNA와 상관없이 스스로 복제되는 능력이 있고 최고 300개까지의 유전자들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정보전달을 한다. 정확한 항생제를 복용하면 대부분의 균은 죽지만 일부는 스스로 살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하면서 내성을 가진다. 이 내성을 가진 균들이 자기의 자손들에게 플라스미드를 통해 내성을 가지도록 유전 정보를 줘 죽지 않게 하고, 다른 병균에도 그 내성을 전달한다. 대표적인 것이 장내구균이다. 하지만 항생제가 제대로 처방되었다면 살아남는 내성균이 있다고 해도 너무 적어 체내의 기본적인 면역체계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정도가 되고 결과적으로 인체는 감염에서 빠져나오면서 치료가 된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이유는 감염을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남겨둔 채 치료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내성을 가진 균이 증식해 이전에 잘 들었던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항생제 투여가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내성균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생제 투여를 엄격하게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투여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환자가 몸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내성균이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감기 등 일반 질환에서 항생제가 필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왜 항생제를 사용하는가?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라 박테리아를 치료하는 항생제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감기로 인해 인체조직의 변성 즉, 부어오르거나 분비가 증가한다면 2차적인 박테리아 감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감기로 인해 2차적인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필요에 따라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어린이에게서 감기로 인해 2차적으로 발생하는 세균성 중이염이나 세균성 인두염이 항생제 사용의 대표적인 경우다. 박테리아 감염을 조기에 치료할 경우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의사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항생제 투여 시기와 용량에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감기에 통상적으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 의학에서 항생제는 왜 중요한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는 1941년 처음으로 인간에게 투여돼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부터 상용화했으며 이후 현대 의학에 있어 치료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인간은 항상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러스이고 다른 하나는 복막염이나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세균)다.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는 나노 크기의 감염원으로 현실적으로 치료는 거의 되지 않아 예방 접종을 통해 체내 면역력을 높여 스스로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치료의 근간이다. 반면 박테리아는 바이러스보다 훨씬 크고, 인간에게 감염이 되었을 때는 훨씬 더 공격적이며, 심할 경우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는 병원체다. 하지만 항생제라는 물질이 나와 상용화되면서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게 됐고 인간은 그만큼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현재는 세균에 의해 감염이 되더라도 강력한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하기도 하고 다른 기능의 항생제를 병용 투여해 치료하기도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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