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남은 임기 '국민 통합' 최대 과제로

입력 2010-08-25 10:42:36

李대통령, 오늘부터 집권 후반기 시작

'아직도 일할 시간은 2년 반이나 남았다.' 25일로 5년 임기의 절반을 보낸 이명박 대통령의 '반환점'에 대한 평가일 듯하다. 2006년 서울시장에서 물러날 때 "일하는 것이 행복"이란 퇴임사를 남기며 오후 6시까지 근무한 일화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이 대통령은 이날도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참모들로부터 현안 보고만 받았다. 특별한 이벤트나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지않고 묵묵히 일하는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 대통령의 뜻과는 달리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 각 계파의 암투는 한층 격렬해질 것이고, 남북관계·더블 딥 우려·사회 통합 등 난제도 쌓여있다.

청와대는 24일 발표한 '국정 전반기 관련 참고자료'에서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집중 부각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 동안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행사를 소화하고 이동거리 또한 가장 길었다. 총 1천902건의 국내외 행사에 참석, 하루 평균 2회의 행사를 소화했다. 이동거리 47만5천133㎞는 지구 12바퀴를 돈 셈이다. 참석 행사 수로만 비교할 때 노무현 정부의 2.1배, 김대중 정부의 1.8배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정부 제출 법안 역시 1천162건에 달해 이전 정부들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경제는 올 상반기 성장률이 7.6%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전체 지출 중 복지지출 비중도 2008년 26.3%에서 27.7%로 증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금융위기 여파로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은 7.2%에서 8.5%로 늘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내 행사 가운데 다수는 친서민·중도실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민생현장 방문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외형적 업적과 달리 숨기고 싶은 분야도 있다. 소통 부재라는 비난이 대표적이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세종시 수정 추진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대구경북을 비롯한 온나라가 들썩거렸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관계 재정립에 실패하면서 여권 내부조차 분열됐다. 또 취임 이후 내내 불편했던 남북관계는 천안함사태로 인해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후속 대응 미숙과 국제무대 외교 실패는 국민적 불안감만 키웠다.

'지방 홀대' 여론 역시 숙지지 않고 있다. 효율성을 최고 덕목으로 꼽는 대기업 CEO 출신답게 경쟁력만 강조한 나머지 균형된 국토 발전정책은 이전 정부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려 고향인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을 '능력'과 무관하게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도 지역에선 불만으로 꼽힌다. 수도권의 잣대로만 방치하고 있는 지방 부동산경기 침체는 폭발 직전이다. 일자리 부족과 심화된 양극화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회 각 분야의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남은 집권 기간 동안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공정한 사회'의 추진에 매진하기로 한 것은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 깊은 갈등의 골을 메워야 선진국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후세에 평가받기 위해선 세대와 계층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양극화를 극복하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골고루 스며들게 함으로써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세종시 수정 및 4대강 논란에서 지적된 소통 부재와 일방주의를 지양하는 게 급선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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