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피서, 청정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시골체험 어때요
이제 피서도 막바지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뒤로하고 호젓하게 여름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산촌생태마을이 제격이다. 산촌생태마을은 원래 산촌의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해 산촌 주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산림청에서 시행하는 조성사업이지만, 도시민 입장에서는 청정 자연을 감상하고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한 시골체험을 해볼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이다. 산림청이 '강추'한 영남 지역의 가볼 만한 산촌생태마을 3곳을 소개한다.
◆굴구지마을(울진군 근남면 구산3리)
이 마을은 도시의 때를 완전히 씻어줄 만한 풍광을 지니고 있다. 앞쪽에는 왕피천이 굽이굽이 흐르고 뒤쪽에는 산이 버티고 있는 천혜의 환경이다. 예부터 이 마을에 가려면 구불구불한 고개를 9개나 지나야 한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굴구지'다. 굴구지마을은 울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다. 최근 도로 개량을 하기 전에는 이 마을로 가는 고개가 워낙 가팔라 버스조차 다니지 못했다. 지금도 버스 노선은 없고 마을 버스만 다닐 뿐이다. 덕분에 지금은 오염이 전혀 없는 산골마을로 입소문이 났다.
이 마을의 특징은 원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마을 곳곳에 퍼져 있는 금강소나무숲이 자랑거리다. 전체 면적의 94%가 숲과 나무인 마을에서 하늘로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의 울창한 모습을 바라보면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한순간에 떨쳐낼 수 있다. 특히 2㏊ 규모로 조성된 금강소나무 치유의 숲에서는 확실한 산림치유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을 휘돌아 감고 흐르는 왕피천은 환경부로부터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받을 만큼 깨끗하다. 우리나라 최대의 생태경관 보존지역으로 수달이나 백로, 은어 등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들도 산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대나무 피라미 낚시 체험이 가능하다. 대나무에 낚싯줄을 묶어 원시적으로 피라미를 잡는 것인데,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그만인 체험이다. 매년 6월에는 왕피천 피라미축제도 열린다. 왕피천 트레킹도 인기다. 굴구지마을과 속사마을까지 왕피천 7㎞를 걷다 보면 한 폭의 동양화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왕피천의 맑은 물소리, 소담스러운 야생화와 용소·학소대, 송이바위 등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찾기 좋은 곳이다. 감자떡 만들기나 콩칼국수 만들기 등 사계절 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가을에는 마을 뒤쪽 산에서 송이가 많이 채취되는데 이를 이용해 송이 구워먹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동네 뒤로 만들어진 인도는 울진군 서면으로 이어지는데 산악자전거(MTB) 타기에 좋다. 당일 체험으로 아쉽다면 하룻밤 숙박도 해볼 만하다. 굴구지 산촌 펜션 3동 6채와 개인민박 10가구,개인펜션 등이 운영되고 있다. www.gulgugi.co.kr, 054)782-3737.
◆수하마을(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영양군 북부에 위치한 수하마을 또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청정 지역이다. 마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마을에는 마을을 끼고 흐르는 수하계곡이 있다. 영양에서 유명한 이 계곡은 태백산맥 남쪽의 일월산과 울련산, 금장산 등에 둘러싸여 있으며 수비면 본신리와 오기리에서 시작되는 장수포천이 원류로 크고 작은 소와 폭포를 이루며 20㎞ 정도를 흐른다. 다른 계곡에 비해 폭이 넓고 물이 맑아 예부터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특히 이곳에서는 동해에서 올라온 은어를 만날 수 있어 '은어 낚시의 명당'으로 꼽힌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있다 보니 은어뿐 아니라 반딧불이도 많이 모여 산다. 그래서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자연생태공원 관리사업소에서는 아예 반딧불이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방문객들에게 '한여름의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반딧불이 사육체험은 덤. 반딧불이 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별빛이 쏟아지는 여름 밤하늘을 감상할 수도 있다. 마을 인근에 위치한 천문대에서 여름밤 별빛 쇼를 감상할 수 있고 이곳 돔 영상관에서는 반딧불이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도 즐길 수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여름밤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9월 중순까지 체험이 가능하다.
이 마을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도 마련돼 있어 하룻밤 묵기에도 부담이 없다. 다만, 2006년부터 산촌생태마을 사업이 시작됐지만 숙박시설 등 기반시설 위주로 사업이 진행돼 다양한 체험을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가을쯤부터 하나 둘 관광객을 위한 체험거리가 마련된다. 고추따기나 감자캐기, MTB체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영양군청 관계자의 말이다. MTB의 경우 이미 수십 대를 구입해놓은 상태다. 솔향기가 가득한 본신리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성류굴(천연기념물 155호) 등도 가볼 만한 곳이다. www.suhasanchon.or.kr, 054)683-0312.
◆송전마을(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세동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지리산이 그리 멀지 않고 지리산 둘레길이 마을을 지나간다. 이 마을은 아픔의 역사가 있다. 6·25 당시에 빨치산의 주둔지로 활용됐던 곳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 선생이 머물던 선녀굴이 동네 뒷산에 있다. 나무 계단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오르면 '빨치산 루트'를 표시한 안내 푯말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최고의 산촌체험마을로 이름이 높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품고 있어 산촌을 체험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특히 송전산촌마을 운영매니저 김기완(66) 씨가 열정적으로 마을 운영을 담당하고 있어 철마다 각종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짚풀공예 배우기와 고추따기, 고사리 등 산나물 채취, 고로쇠수액과 벌꿀 채취, 도라지 캐기, 곶감 만들기, 모내기, 디딜방아 체험, 진흙놀이 등이다. 여름에는 짚풀공예 배우기와 고추따기가 좋고 가을에는 밤줍기와 호두까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계곡이 많아 골라 즐길 수 있다. 마을 내에 물방아골이라는 조그마한 계곡과 함께 국내 최고 계곡 중 하나인 칠성계곡이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간 9.5㎞에 이르는 칠성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과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국내 3대 계곡으로 일컬어지며 최후의 원시림으로 꼽히는 명소다. 오봉계곡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한 엄천강도 마을 앞을 흐른다. 물살이 센 편이라 여름에 래프팅을 즐기기에도 괜찮고 낚시꾼들에게는 꺽지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휴양소 내 숙박시설을 비롯한 민박집이 10가구 정도 있다. www.songjunri.com, 055)963-7949.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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