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면 후진국 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0-08-23 08:18:35

아침 잠 많은 청소년들 나무라지 마세요

최근 대한수면의학회는 한국 성인들의 수면 시간이 평균 6시간 36분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의 청소년 및 소아 수면 시간과 함께 한국인의 일차적인 수면지도가 완성됐다. 그 결과 한국인은 전 생애에 걸쳐 동'서양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최소 하루 1시간 이상 잠을 덜 자는 이른바 '수면 후진국'으로 밝혀졌다. 수면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중요한 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잠을 적게 자야 부지런하다(X)

국제수면의학회의 수면질환 분류에서 하루 5시간 미만으로 자는 경우 저수면증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잠을 적게 자면 부지런하고, 많이 자면 게으르다고 본다. 현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 하루 4시간을 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따라할 필요는 없다. 성인은 하루 평균 7, 8시간 자야 최적의 신체적, 정서적, 학업적, 업무적 능률을 갖는다. 지나치게 잠을 줄이려다 심장병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지나치게 잠이 적거나 많으면 오히려 수명이 줄어든다는 일관된 보고들도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X)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공부를 해야 능률이 오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자라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는 틀린 말이다. 노인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신체적으로 맞지만 청소년들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신체적으로 더 맞다.

수면은 멜라토닌 분비, 중심체온 및 호르몬 변화 등과 밀접한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특히 중심체온이 떨어질 때 참을 수 없는 잠이 쏟아진다. 노인들은 초저녁 무렵, 청소년들은 새벽에 중심체온 하강이 일어나기 때문에 몸에 맞는 수면 시간대가 다르다. 방학 때 청소년들에게 너무 일찍 일어나기를 바라지 말고 오전 잠잘 시간을 30분 정도 더 주는 것이 더 현명한 부모다.

◆잠이 안 올 때 포도주 한 잔이 좋다(X)

술은 잠 자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다만 술을 마시면 신체적 긴장이 풀어져 잠이 들기 쉽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뇌하수체의 항이뇨 호르몬 생성이 억제돼 소변을 더 자주 보러가야 한다. 또 잠 자는 중에 술이 깨면서 교감신경이 흥분되는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몸의 흥분성이 높아져서 깊은 잠을 못 잔다. 술은 마신 후 잠이 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해 보면 깊은 잠이 거의 없고, 수면 중 깨는 횟수가 많아진다. 잠을 자는 힘은 20대 후반부터 약해지기 시작한다. 수면건강도 젊을 때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수면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많아진다. 술에 기대서 잠을 자려다가 자칫 알코올 의존성 수면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면 평가는 어떻게 하나?

수면질환이 없는 사람은 굳이 수면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자가 평가 방법으로는 1, 2주 동안 잠자는 시간대와 일어나는 시간대, 낮잠 시간 등을 일기형식으로 적어보거나 표를 만들어 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이다. 평가 결과 하루 7, 8시간을 자거나 수면과 각성 시간대가 비교적 일정하다면 자신의 수면은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병원에서 하룻밤 동안 잠을 자면서 잠의 깊이, 수면 중 호흡, 수면 중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방법이다. 수면질환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대한수면의학회는 수면다원검사에 대한 보험적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에 따라 한 번 검사에 대략 50만~120만원이 들기 때문에 환자에게 부담이 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영남대병원 정신과 서완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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