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구 빙판 질주! 더위는 식히고 가족애는 후끈

입력 2010-08-23 07:47:42

아이스하키 마니아 이기범씨 가족

이기범
이기범'김유정 씨 부부와 아들, 딸 네 식구는 대구빙상장에서 매주 두 차례 아이스하키로 건강과 가족 화합을 다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연일 30℃를 웃도는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빙상장은 여름을 비켜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하얀 얼음판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은 금방이라도

달궈진 온몸을 얼려버린다.

빙상장의 바닥 온도는 0도,

사람 머리 부분의

온도는 6, 7도라고 한다.

이런 빙상장에서 냉기를 맞으며

얼음 위를 내달리는 가족이 있다. 42세 동갑인 이기범, 김유정 씨 부부와 아들 동훈(15'황금중 2년) 군,

딸 은지(13'황금초교 6년) 양이다.

이 씨 가족을 대구빙상장에서 만났다.

이 씨 가족은 여름밤 빙상장에서

그들만의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스하키는 보통 사람들에겐

생소한 운동이지만 열혈 마니아들겐 인기 있는 스포츠다.

이 씨는 "현재 대구서는 초교생45명, 중학생 15명 정도가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20여 명의 성인도 동호인 팀 '프라이드'를 만들어 아이스하키를 즐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씨 가족이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둘러메고 빙상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은 마치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가방에서 하나 둘 옷가지며 장비를 꺼내더니 금방 건장한 체격의 운동선수 모습을 갖췄다.

아이스하키는 얼음 위에서 즐기는 격렬한 운동인 만큼 준비물이 많아 보였다. 여름이지만 내복을 꼭 입어야하고 몸 곳곳을 휘감는 두툼한 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스케이트를 신고, 장갑과 헬멧까지 쓰면 그 무게가 20㎏가량이나 된다. 보통 땅바닥이라면 서 있을 수도 없는 무게. 하지만 얼음 위에서는 움직임이 '물 찬 제비'처럼 날렵했다. 아이스하키는 6명씩으로 구성된 두 팀이 지름 6.72㎝의 고무 재질로 된 퍽을 스틱으로 주고받으며 골을 넣는 경기다. 얼음 위라는 특수성 때문에 맨땅에서 느끼지 못하는 스피드를 만끽할 수 있지만 방향전환이 잘 안 돼 몸 부딪힘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과격한 스포츠라는 오인을 받는다. 이 씨는 "보호 장구를 갖추면 축구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은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김 씨는 "IMF 이전까지는 장비구입비로 1인당 200만원 가까이 들어갔으나, 요즘엔 저렴한 용품들도 많이 나와 50만~70만원 이면 장비 일체를 구입할 수 있다"며 "초기 비용이 들지만 스키나 보드 옷 사는 것에 비하면 비싼 편이 아니다"고 했다. 일주일에 2번씩 한 달 동안 강습료는 5만원이다.

아이스하키는 동훈 군과 은지 양이 먼저 시작했고 이 씨와 김 씨가 나중 합류했다. 3년 전 주위의 권유로 아들과 딸을 처음 빙상장으로 데려가 스케이트를 타게 했는데 단번에 얼음을 지치고 나가 그날 바로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동훈 군은 현재 중등부 대구시 대표이며 은지 양은 초등학교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씨는 아이스하키가 따로 남녀 구분을 하지 않아 내심 딸 은지가 국가대표 선수나 심판이 되길 원하고 있다.

이 씨와 김 씨가 스틱을 잡게 된 건 아들, 딸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날라야해 훈련이 있을 때마다 빙상장을 찾았고, 아이들의 연습을 지켜보는 시간이 지루해 빙상장 주위를 겉돌던 다른 부모들에게 함께 즐겨보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이렇게 해 올 2월 성인 아이스하키팀 '프라이드'가 출범했다.

김 씨는 남편의 권유로 대구에서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유일한 성인 여성이 됐다. 처음에는 스케이트를 타고 앞으로 내달리는 것도 쉽지 않아 배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 정도 스케이트를 배운 뒤 곧바로 성인 팀에 합류했고, 공수 조율을 하는 센터를 볼 정도로 빠르게 적응했다. 김 씨는 "처음엔 격하고 거칠어 보였지만 완전 무장을 한데다 신사적인 매너 스포츠여서 여성에게도 흥미 만점의 운동"이라고 했다.

빙상장 대관 일정 때문에 이들 가족은 운동하는 날이 달랐다. 아이들 팀은 화'토'일요일 저녁시간에 훈련하고, 성인 팀은 월' 화요일 오후 10시 30분에 운동했다. 그러다 성인 팀 운동시간에 아이들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5월부터 아이들 팀이 합류했고, 한 달에 한 두 번은 서로 편을 갈라 시합을 갖는다.

초반에는 열세를 면치 못했던 성인 팀의 실력이 최근 급상승해 시합의 열기가 마치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듯하다. 첫 시합에서 아이들 팀은 8대1로 성인 팀을 눌렀으나 6월 대결에서는 6대3으로 스코어차가 좁혀졌고, 8월엔 3대2로 성인 팀이 승리를 거뒀다. 아이들 팀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멋진 모습 이상으로 운동효과도 높다. 차가운 얼음 위를 내달리지만 운동을 끝내고 옷을 벗으면 머리에서 김이 날 정도다. 안에 껴입은 내복은 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다. 단시간 칼로리 소모량이 많아서 다이어트와 다리 근력강화에 최고다. 이 씨는 "골키퍼를 제외한 5명의 플레이어는 1, 2분만 뛰어도 교체를 해야 할 정도로 체력소모가 많다"고 했다. 김 씨는 아이스하키로 몸무게를 5㎏가량 줄였다고 했다.

운동보다 더 좋은 점은 가족 간의 화합이다. 아이스하키는 단체 운동이라 훈련에 빠질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가족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 동현 군은 "아빠, 엄마와 한 공간에서 신나게 운동할 수 있고, 경기가 끝나고 집에 가는 동안 그날 잘한 점과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 씨는 "팀플레이라 조직 적응과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는데도 효과가 크다"고 했다. '프라이드'는 대구빙상장(053-357-6021)에서 연중 회원을 모집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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