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나에게 구두란? "필수품 아니라 기호품…"

입력 2010-08-21 07:28:39

남자들은 구두 한두 켤레, 좋아하는 스포츠 신발 한두 켤레, 샌들 하나쯤이면 만족한다. 신발을 좋아하는 여성들은 '100켤레가 있어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어제 신었던 신발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오늘 또 신는 남자들 눈에, 신발장을 꽉 채운 아내의 신발이나 딸의 신발은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신발이 무엇이기에 틈만 나면 사들이고, 낡지도 않았는데 유행에 조금만 떨어졌다 싶으면 내다버리는 것일까.

30대 차아람(가명·경산시 정평동) 씨는 신발을 30여 켤레 정도 갖고 있다. 주로 하이힐과 샌들을 사는데 한 켤레에 20만, 30만원 선이다. 한 켤레 20, 30만원 짜리 신발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비교적 비싼 신발을 선호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비싼 신발이 예쁘기도 하지만 싼 신발을 사면 험하게 신게 되고 한두 번 신고 안 신게 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손해입니다."

그녀는 다른 데 지출을 줄이더라도 신발을 산다. 예컨대 같은 가격의 예쁜 옷 한 벌과 신발 한 켤레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신발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녀는 신발 때문에 가족들의 눈치를 본다.

"아버지는 신발이 너무 많다고 나무라십니다. 그래서 새 신발을 사면 신발장에 있는 유행 지난 신발을 내다 버려요. 신발이 너무 많아지면 혼나니까요. 새 신발을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자동차 안에 두기도 합니다."

신발을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제게 신발은 생활 필수품이 아니라 기호품에 가깝습니다. 마음에 드는 신발 한 켤레를 사고 나면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그 신발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포만감과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충동구매를 하지는 않는다. "신발이 마음에 들면 일단 한번 신어보고 떠납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다시 가서 보고, 그래도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구매합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사는 편은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이 하이힐을 신는 이유로 자기만족감을 들었다. 하이힐은 불편하지만 여성스러워 보이고, 왠지 자신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10㎝ 굽의 이른바 '킬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디자인은 마음에 드는데, 굽 높이가 너무 높으면 구입한 뒤 굽을 잘라내기도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종종 '멀쩡한 신발 다 놔두고 왜 새 신발을 사느냐. 그게 그건데 뭐 하러 사느냐?'고 꾸중한다고 한다.

그러나 차 씨는 "아버지의 눈에는 그게 그것 같아 보여도 내게는 다 달라 보인다. 똑같이 앞이 동그란 신발이라도 코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신발에 관심없는 사람들 눈에는 그게 그것 같지만, 신발을 좋아하는 그녀에게는 '전혀 새로운 신발'인 것이다. 말하자면 신발에 무심한 남자들 눈에는 수십 켤레로 보이는 신발이, 신발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 눈에는 한 켤레, 한 켤레로 구별되는 것이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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