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역할한 제진기, 철거해야 하나?

입력 2010-08-18 10:51:43

전문가 "완전 없애기는 곤란"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 피해를 가져 온 원인으로 노곡배수펌프장 내 '제진기'가 지목되면서 제진기의 기능과 설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진기(除塵機)는 배수펌프로 유입되는 물에서 쓰레기 등 부유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다. 금호강 범람시 노곡동 초입에 고인 물을 금호강으로 빼내는 역할을 하는 배수펌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나뭇가지, 쓰레기 등 부유물이 펌프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됐다.

그러나 북구 노곡동 배수펌프장 경우 제진기 설치와 그에 따른 하수박스 시설이 오히려 침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밝혀졌다. 함지산 자락 북편에서 내려온 모든 물이 제진기를 통하도록 준공되면서 침수 피해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배수펌프의 보조 역할로 제작된 제진기는 두 차례 침수 사태에서 부유물을 걸러내기는커녕 오히려 물길을 막아 댐 역할을 했다.

지난달 1차 침수에서는 관리 직원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제진기가 아예 기능을 못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번 2차 침수에서는 부유물이 한꺼번에 몰리고 유속까지 빨라지면서 과부하로 제 기능을 못하고 멈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진기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전문가들은 제진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진기는 금호강이 범람할 경우 노곡동으로 들어차는 물을 다시 금호강으로 빼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설계·시공 과정에서 제진기가 오히려 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지만 제진기를 아예 없애기는 곤란하다"며 "대신 하수관이나 배수 시설을 강화해 제진기의 부작용을 원천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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