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여성 90%가 충치·풍치 질환 앓아요"
11일 대구 남구보건소 치과검사실. 유영아(56) 소장이 보건소로 찾아온 결혼이민여성의 구강상태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치아상태가 엉망이잖아요. 치아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모든 치아가 충치나 풍치에 걸렸어요? 빨리 치료를 받아야겠어요."
남구보건소에서 11년째 소장을 맡고 있는 치과의사 출신 유 소장. 그녀는 결혼이민여성들의 구강 검사를 할 때마다 늘 마음이 아프다. 이 때문에 그녀는 대구 지역 보건소 중 유일하게 '결혼이민여성 치아 돌보미 사업'을 2년째 해오고 있다.
"사실 결혼이민여성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 생활수준이 낮은 후진국 농촌 출신이 대부분이잖아요. 치아관리 교육을 전혀 못 받고 자랐을 거예요. 그렇다 보니 치아 상태가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녀의 열정으로 치아를 무료로 치료받은 결혼이민여성들은 작년만 100여 명. 90여 명이 보철 시술을 받았고 10여 명은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올 들어서도 결혼이민여성 30여 명이 보철 시술을 위해 치료 중에 있다.
"사실 이 사업은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송근배, 최연희 교수의 지원으로 가능했어요. 작년 3월 남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동진료 봉사를 하면서 결혼이민여성 600명을 대상으로 구강검사를 직접 해주셨거든요."
그때 그녀는 결혼이민여성 90% 이상이 충치나 풍치로 심각한 치아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대구시 치과의사회와 기공사협회도 유 소장의 지원 호소에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작년 4월 간담회 자리에서 치과병의원 17곳과 치과기공소 13곳이 동참해 보철 및 임플란트 시술과 기공료를 무료로 해주었다.
지금은 치료 대상 명단을 치과의사회에 보내면 치과의사회가 치과병의원에 배정해 치료해주는 방식으로 시스템화돼 있다.
"미르치과병원 김경환 원장과 윌치과병원 조창식 원장은 8년째 도와주고 있어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치과장비를 보건소로 가져와 결혼이민여성들의 치아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있지요. 열정적으로 일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유 소장은 보건소의 도움으로 치아 치료를 받은 결혼이민여성들이 모국에서는 이런 치아 치료를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너무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작년에 보철 9개를 시술한 중국 출신 결혼이민여성 박영하(47) 씨는 5개월마다 스케일링을 받고 있는데 처음 보건소를 왔을 땐 한없이 울기만 하더군요. 요즘은 수시로 음료수를 들고 방문합니다."
결혼이민여성 치아를 돌봐주면서 처음에는 언어적 장벽 때문에 어려움도 많았다는 유 소장은 이제 치아 치료를 받은 결혼이민여성들이 감사의 표시로 통역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결혼이민여성들은 누구나 우리 보건소에서 치아 무료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지금은 경북지역에서까지 치아 치료를 하려는 문의가 올 정도로 유명해졌어요."
유 소장은 이러한 열정으로 올해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주는 '올해의 치과의료 봉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작년에도 구강보건협회의 'LG구강보건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유 소장은 앞으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뿐만 아니라 차상위계층에게도 무료 보철이나 틀니를 해주는 사업도 펼쳐보겠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배타적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그들은 정말로 순수한 사람들입니다. 빈곤에 허덕이면서 자신들의 부모를 돕기 위해 한국에 온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야만 행복도 함께 보장될 것입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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