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8'15 광복절, 2천493명의 범법자들이 특별사면됐다. 이런저런 나쁜 짓을 하다 징계를 받은 전'현직 공무원 5천685명도 덩달아 징계 면제의 은전을 받았다. 일제(日帝)로부터의 해방을 경축한다는 광복절이 범법 내지 비위자들의 해방 경축일이 된 기분이다.
법무부(장관)는 왜 그렇게 1만 명 가까운 범법자들을 무더기 사면으로 풀어줬느냐는 국민들의 궁금증이 켕겼는지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틀 전에 친절하게 해명했다. 친노 친박 인사를 사면한 건 '국민통합 도모'이고, 부패 경제인을 사면한 건 '서민경제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고…. 대통령 형이란 신분을 이용해 구질구질한 돈을 받고 감옥 간 노건평 씨를 풀어준 건 친노 그룹과의 통합이고 12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죄로 구속됐다가 특별사면(2006년 광복절)으로 나온 뒤 또 32억 원을 받고 감옥에 간 부패 정치꾼(서청원)을 연거푸 풀어준 건 친박과의 통합이란 얘기다.
단언컨대 그런 통합은 정치판의 저네들 끼리끼리 상부상조, 뒤 봐주는 용서와 화합의 권력 나눔은 될지 몰라도 '국민 통합'은 결코 아니다. 국민뿐 아니라 그들의 죄를 수사하고 재판했던 국가 사법기관조차도 '지금 뭐 하는 짓이냐'는 목소리를 속으로 삼키고 있다. 친박 친노 세력을 껴안을 필요성을 인정한다 치자. 꼭 법치를 깨고 원칙을 무너뜨려야만 반대세력을 포용할 수 있는가. 돈(예산)으로 민심을 사는 포퓰리즘이나 법을 주무를 수 있는 권력으로 반대세력의 환심을 사고팔겠다는 거나 그게 그거다.
더구나 2천493명의 사면'감형자 중 일반형사범은 119명뿐이고 95%는 선거사범들이었다. 절도범 같은 서민범죄자는 37명, 그것도 고령자, 질병자, 신체장애자들이었다. 절도범은 나쁘긴 하지만 가진 게 없어서 먹고살기 위해 양심을 버린 범죄자다. 그러나 선거사범은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사회정의와 법치, 양심을 더럽힌 자들이다. 가진 자, 힘 있는 세력들만의 사면 잔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생계형사범 사면은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먹고살려고 뛰어다니다가 교통위반을 하고 이것저것 사소한 법을 위반한 서민들은 쏙 빠져버렸다.
서민과 생계형 범법자들은 통합도 필요 없는 내버린 국민이란 얘긴가. 그래 놓고 '국민 통합'은 왜 갖다 붙이나. 참으로 염치가 없다. 더 고약한 건 대기업 경제인들을 풀어준 게 서민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이다. 좋은 학벌, 엄청난 자본력, 거대한 로비력으로 온갖 탈법적인 돈 불리는 짓 하다가 걸려든 범죄자들을 풀어주는 게 서민경제 살리기와 무슨 상관인가. 삼성그룹 경우 8명 중 6명이나 풀려났다. 범법자들이 다시 똘똘 뭉쳐야만 서민경제가 살고 일자리가 나온다는 논리는 해괴하기 짝이 없다. 그런 말 아귀가 안 맞는 사면으로 민심의 골을 깊게 파면 국민정서 속에 잠재된 대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만 더 짙어지고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경제 전체 흐름에 역작용을 하게 돼 있다.
이번 사면은 건국 후 100번째 사면이라고 했다. 우리와 같은 전후(戰後) 국가인 독일은 60년 동안 단 네 번밖에 사면을 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선거사범과 공직범죄자는 아예 사면이 없다고 한다. 선진국 G20 국가들이 우리 꼴을 어떻게 볼까. 그런데도 입으로는 이번 사면 이유 중에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고 말한다. 둘러대기도 이 정도면 더 할 말이 없다. 왜 MB가 법치를 허물어뜨려 가며 친박'친노계 범죄자를 감싸려 드는가. 그들이 무서워서인가? 그렇다면 권력의 무원칙한 남용 대신 소통의 정치력과 강력한 법치의 자세로 정적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정도(正道)다.
8'15, 3'1절, … 경축일들이 날이 갈수록 돼먹잖은 사면 잔칫날로 변질돼가고 있다. 호국선열들이 가슴을 칠 일이다. 앞으로는 국경일을 욕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사면은 차라리 왕조 시대처럼 대통령 생일날 같을 때나 하는 게 어떤가. 이번 특별사면이 특별히 더 한심해서 해보는 소리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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