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 명목 1인당 9만-10만원 가로채…대구서도 2명 조사중
전국에서 '일제 강제징용 보상금 소송' 사기가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16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태평양 전쟁 피해자 보상금' 소송을 벌이고 있다"며 대구 지역 노인들에게 투자하라고 속여 각종 명목으로 돈을 가로 챈 A(59)씨와 B(69)씨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 등지 노인들에게 일본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변호사 수임료(3만원), 유족회 회비(연 2만원), 가입비 4만원 등 9만~1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류만 작성하면 보상금이 나온다며 태평양 전쟁 피해 사실이 전혀 없는 노인들에게도 소송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가족·친지 명의로도 신청을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사기행각을 벌인 곳은 대구 중구 향촌동의 한 빌딩 4층 사무실. 16일 오전 사무실은 문이 닫혀 있었고 입구에 '일본 정부에 보상청구'라고 적힌 광고지가 큼직하게 눈에 띄었다.
한 피해자에 따르면 "최근까지 이 사무실에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찾아 온 노인 수십여 명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고 책상마다 인감증명이나 주민등록등본 등 서류뭉치가 가득했다"고 전했다.
"사무실 직원인 40대 남성이 '유명한 국제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할거니까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9만원 내면 최소 2천만 원 이상 받을 수 있고, 가족·친지들까지 신청하면 1, 2억원은 그냥 받을 수 있다'며 구슬렀다"고 했다.
이모(79·여) 씨는 "나와 남편 모두 일본으로부터 받은 피해가 전혀 없는 데도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며 10만원의 가입비를 요구했다"며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중요한 서류들을 다 넘겨줬는데 나쁜 일에 쓰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K(48)씨는 "어머니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각종 서류들을 떼다 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9만원씩 몇 차례 돈을 갖다 줬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광명과 서울 등지에서 이와 유사한 범죄가 발생해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해부터 일제시대 강제징용 보상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이 같은 범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
경찰은 "주로 노인들을 상대로 접수비와 구비서류 몇 가지만 내면 2천500만원에서 2억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며 소송비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다는 피해가 접수돼 수사를 시작했다"며 "A씨가 몇 년전 이와 유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었고 당시 관련자 세 명이 모두 기소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