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43) 씨는 한 달 전 짜놨던 제주도 휴가 계획을 취소했다. 다음주 예정인 휴가 때 농촌으로 일손 돕기를 떠나자는 직장동료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
김 씨는 "휴양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경북 김천의 포도농장으로 온 가족이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며 "아이들 교육에도 좋고, 일손이 모자라는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휴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인호(28) 씨는 며칠 전 대학원생 친구에게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여행 카페를 통해 불특정 휴가족을 만나 '복불복'(운수의 좋고 나쁨) 여행을 떠나자는 제의를 받았다.
박 씨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만나는 장소와 시간만 정하고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 인기"라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친구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풍이 물러간 뒤 막바지 휴가철을 맞아 '이색 휴가'가 뜨고 있다. 가족 단위의 '봉사 휴가' '산사(山寺) 휴가'가 인기를 끌고 있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묻지마 휴가', '쇼핑 휴가'가 유행하고 있다.
강인해(38·여) 씨 가족은 여름 막바지 때 산사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팔공산 동화사가 마련한 3박 4일 일정의 템플 스테이에 참가할 계획.
강 씨는 "매년 여름휴가는 바다로 갔었는데 피서지 바가지에다 막히는 도로 사정 탓에 고생만 하다 돌아온 경우가 허다했다"며 "이번에는 절에서 명상도 하면서 조용한 휴가를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화사 박민지 기획주임은 "휴가철을 맞아 명상, 다도, 유서 쓰기 등 다양한 사찰 프로그램을 통해 도심에서 지친 심신을 단련하려는 시민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핑 휴가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인터넷 쇼핑만 즐기던 '쇼퍼홀릭'에게 휴가는 마음껏 쇼핑을 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호텔들은 쇼핑 휴가족을 잡기 위해 동대문, 명동, 이태원 등을 순환하는 시티버스까지 운행하고 있을 정도다. 금융권에 종사하고 있는 이인숙(31·여) 씨는 "옷 한 벌도 일에 치여 여유있게 살 수 없었다"며 "이번 휴가 때는 3일 정도 서울 이모집에 머물면서 쇼핑만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휴가를 이용해 아예 단식원에 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경북 구미에 사는 박대길(34) 씨는 "2년째 휴가때면 일주일씩 경주 단식원에서 보내고 있다"며 "단식원은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정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휴가지"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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