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기상 연구소 보내겠다"에 대구시 속앓이 사연은?

입력 2010-08-12 10:13:18

이전 예정 정보진흥원 제주로 빼앗길까 불안

기상청이 제주도로의 이전이 예정됐던 국립기상연구소를 대구로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대구 기상과학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제안해 귀추가 주목된다.

전병성 기상청장은 최근 김범일 대구시장을 방문, 당초 제주행이 예정됐던 국립기상연구소의 대구 신서혁신도시 이전 여부를 타진한 데 이어 3일 '대구 기상과학 클러스터 조성방안'을 제안했다.

기상청은 13일 대구 호텔에어포트에서 열릴 '뉴 디자인 대구경북을 위한 제7회 기후변화와 미래포럼'에서도 이 같은 의사를 재차 밝힐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제주혁신도시로 각각 이전 예정이던 한국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5월 한국정보화진흥원으로 통합되자 국립기상연구소의 이전지를 제주에서 대구로 틀었다. 이는 대구가 우수 인력 확보에 유리할 뿐 아니라 기상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대구가 충분히 수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다만 대구시가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소 걸림돌이다. 대구시는 국립기상연구소를 유치할 경우 대구 이전 예정인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제주로 옮겨갈까봐 기상청의 연이은 구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기상청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대구기상대가 지방기상청으로 승격되고 국립기상연구소가 신서혁신도시에 터를 잡으면 성장 중인 기상 산업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기상사업체의 매출액은 443억원, 종사자는 434명이지만 2015년에는 매출액 2천억원, 종사자 1천800여 명으로 기상 산업 규모가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대구 기상과학 클러스터 추진 전략으로 ▷대구기상대의 지방기상청 승격을 통한 클러스터 지원 기반 구축 ▷국립기상연구소 이전 및 국립기상과학원으로의 승격을 통해 연구 기능 강화 ▷전국 최초의 기상과학관 건립을 통해 홍보·교육 기능 강화 ▷기상지진기술개발사업단, 기후과학연구관리단, 온실가스 세계표준센터, 기상장비 성능인증센터 등 기상 관련 단체와 기업 유치를 통한 클러스터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혁신도시지원단 서영종 단장은 "당초 이전 예정인 12개 공공기관보다 더 많은 기관이 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국립기상연구소가 대구로 오는 대신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제주로 간다는 것은 안 될 말이다"며 "먼저 지역발전위원회의 협의와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규모가 더 큰 기관을 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 신도식 기상산업정책과장은 "현재 규모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좀 더 크지만 국립기상연구소가 들어설 때 얻는 경제적 파급 효과와 관련 산업 성장 전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구시가 새 분야 선점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부의장인 계명대 이회성 환경대학장은 "정보화는 20세기 말 화두지만 기상 및 기후 문제는 21세기 인류의 핵심 과제"라며 "국내에서 유일한 기상연구소가 온다면 대구는 '한국 기상·기후과학의 중심'이라는 브랜드를 갖추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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