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직원이 돈 빼가고 있어요" 新보이스 피싱

입력 2010-08-12 10:21:07

이달 4일 오후 4시쯤 구미농협을 찾아온 예금주 A(62·구미시) 씨가 느닷없이 정기예금 1억6천500만원을 해약하겠다고 했다. 이에 농협 직원이 "중도 해약하면 손해가 많다. 특별한 사유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A 씨는 "부동산을 구입하려 한다"며 거듭 해약을 요구했다. 농협 직원이 이것저것 계속 묻자 "내 돈 찾는데 왜 그러느냐"며 역정을 내기까지 했다. 결국 A 씨는 해약한 돈 1억6천500만원을 다른 은행으로 송금했다.

다음날인 5일에도 A 씨는 농협을 찾아와 3천500만원짜리 정기예금도 추가로 해약하겠다고 했다. 또다시 해약을 하고 송금을 한 후 이상하게 여긴 농협 직원이 송금을 한 은행에 전화를 걸어 계좌 확인을 요청했고 그 결과 사고 통장임을 확인, 즉시 지급 정지해 3천500만원을 되찾았다. 농협 직원의 대처가 없었더라면 나머지 1억원 등 모두 3억원에 이르는 돈을 몽땅 송금할 뻔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A 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송금한 1억6천500만원은 누군가에 의해 인출되고 말았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가운데 최근 경북지역 중소도시 및 농촌에서는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빼내 불법으로 예금을 인출하고 있다며 금융회사 직원들을 불신케 만든 뒤 안전한 계좌로 송금하라는 방법으로 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 행위가 등장,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억6천500만원을 사기당한 A 씨 경우 서울의 한 은행 과장과 경찰관을 사칭하는 사람에게서 "금융회사 직원이 당신의 돈을 인출해가고 있으니 안전한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 송금할 때 직원이 인출 예금의 용도를 물으면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예금을 인출, 송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에도 구미농협의 예금주 B 씨가 비슷한 수법에 당해 300만원을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다.

구미농협에선 최근 1년 동안 보이스 피싱 피해건수가 5건 발생했고, 직원들이 예방한 것도 6건, 1억원에 이르고 있다. 구미농협 김종광 조합장은 "직원들은 물론 조합원 2천800명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보이스 피싱 예방교육을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당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 피싱 피해는 6천720건, 피해액이 621억원으로 매일 18.4건 꼴로 발생하며 하루 피해금액이 1억7천만원에 달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