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소방관대회 개최지 두류공원 노름판·쓰레기 몸살

입력 2010-08-12 10:37:27

대회 이미지 먹칠 우려

'2010 세계소방관경기대회'를 10여일 앞둔 12일 오전, 대회 경기장으로 사용될 두류산 일대 곳곳이 쓰레기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9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의 두류산. 공원내 야외수영장 옆 산길을 따라가자 각종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누군가 쉬기 위해 깎은 것으로 보이는 6.6㎡(2평)정도의 평평한 공간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했고 쓰다 버린 듯한 화투패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두류산 주변에는 '2010 세계소방관경기대회 오리엔티어링 경기장소'라는 홍보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21일 개막하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가 코 앞에 다가왔지만 주요 경기 장소로 쓰일 대구 두류공원 주변 관리가 제대로 안돼 대구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국제적 망신을 살 판이다.

2010 세계소방관경기대회는 세계 각국 소방관들이 모여 75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루는 대회로, 영국·프랑스·스페인·독일·일본 등 세계 40여개국 선수 6천여명이 참가한다.

25일 두류공원 일대에서 치러지는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은 출전 선수들이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지도 및 경기장에 표시된 지점을 통과해 누가 빨리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지를 겨룬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옆 등산로를 따라 5분 정도 올라가자 평평하게 다진 공간이 나타났다. 이 곳에서도 포대와 화투패, 장판 등이 보였다. 포대속을 헤쳐 보니 수시로 사용한 듯한 돗자리가 여러 개 들어 있었다.

매일 두류산을 오른다는 정한영(55)씨는 "도박판을 벌이는 사람들이 산을 깎고 돗자리도 갖다 놓는다"며 "오후만 되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여 도박을 하고 쓰레기도 버린다"고 전했다.

대구등산학교 장병호 교장은 "오리엔티어링 경기 장소를 정할 때 미리 현장을 다녀보고 결정해야 했는데 경기장이 잘못 결정됐다"며 "대회가 임박한 만큼 빨리 도박꾼들을 몰아내고 산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류공원관리사무소와 대회를 여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준비추진단은 아무런 손을 쓰지 않고 있다. 두류공원관리사무소측은 "관할 경찰과 함께 불법도박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적발이 어렵다"며 "산 속 쓰레기는 한 달에 한 번씩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엔티어링 경기 진행을 담당하는 대구시생활체육회 수성구지구 이환조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이 재미삼아 윷놀이나 화투를 치는 것은 알았지만 전문 도박꾼들이 산을 훼손하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대구시, 세계소방관경기대회준비추진단과 협의해 빠른 시일 안에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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