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은 그 규모나 화려함만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화장실에 얽힌 논란처럼 독특한 것도 드물다. 혹자는 베르사유 궁전에 수십 개의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다고 하지만 널리 알려진 대로라면 전체 길이가 680m나 되는 이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밤마다 무도회가 열려 수천 명이 북적이는 궁전에 화장실이 없다면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볼일을 해결했을까. 왕족이나 귀족들은 하인에게 휴대용 변기를 들고 다니게 하면서 처리했지만 배설물을 치우는 곳은 따로 없어 정원 구석이나 나무 밑에 버려지는 게 보통이었다. 휴대용 변기를 가질 형편이 안 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그곳에서 볼일을 봤다.
정원에 넘치는 배설물을 피하기 위해 남녀 할 것 없이 굽 높은 구두를 신었고, 악취 가득한 곳에서 볼일을 본 뒤 냄새를 감추기 위해 강한 향수를 썼다고 한다. 용변을 보기 위해 정원에 드나드는 걸 막기 위해 세운 출입금지판 이름이 '에티켓'이었다는 설도 있는 걸 보면 아무리 문화 수준이 높고 예술이 발전했어도 본능적 욕구 해결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 모양이다.
중국 베이징의 화장실은 앞이 확 트인 개방형으로도 유명하지만 찾기가 힘들어 관광객들이 생리적인 문제로 낭패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 베이징시는 2008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도시 기반 시설과 디자인을 바꿨지만 화장실 문제로 인해 도시 이미지에 흠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수백 개의 공공 화장실을 새로 짓고 외국인을 위해 양변기를 설치하는 예산을 감당하기 힘든 데다 물이 부족해 청결을 유지하기 힘든 악조건까지 겹친 탓이었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둔 대구시도 화장실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공공 화장실을 짓기는 어렵고 민간 화장실 개방 운동도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독려하고 있지만 100여 곳에 불과해 많이 부족하다. 민간 화장실 개방이 확산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이용자들의 공중도덕 실종으로 인한 관리의 어려움이라고 하니 출입금지가 아니라 깨끗이 이용하자는 '에티켓' 푯말이라도 곳곳에 붙여둬야 할 듯하다.
김재경 특집팀장 kj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