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찜'한 인물 없어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최근 제3대 원장 선임을 두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당초 신임 원장 선임 절차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더니, 이번에는 공모라는 공식 절차를 통해 추천된 원장 후보들마저 자격 논란에 휩싸이며 급기야 이달 4일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이 유보된 것. 결국 DGIST는 11일 오후 5시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5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임 원장 선임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 주장한 '세계적 석학 모셔오기' 압력에 DGIST 이사회가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이사회가 '찜'한 인사를 원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이인선 현 원장의 임기를 6개월 또는 1년 연장하는 방안으로 결정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와 관련해 DGIST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밀고 있는 사람이 이번 신임 원장 공모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현 원장 임기의 단기 연장을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노림수로 해석된다"면서 "4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현 원장의 임기 연장을 위한 DGIST 정관 개정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경제계의 한 인사는 "DGIST가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이 얼마인데 대학원 개설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개탄했다. 다른 인사는 "DGIST는 당장 내년 개설할 대학원 과정을 위해 우수인재 모집, 교수진 및 교원 채용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며 "지금은 2012년 학사과정 개교를 위한 부지 매입과 학사동 건축 등에 따른 예산확보를 위해 원장이 서울과 대구를 밥먹듯 오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혀를 찼다.
지역에서는 이사회가 원장 선임을 놓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DGIST 대학원 개원 일정에 적잖은 차질을 주는 만큼 하루빨리 원장 선임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하며 정치권에서 선임에 개입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현재 제기되고 있는 현 원장의 '단기 알바식' 임기 연장 방안은 DGIST의 앞날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모 대학 교수는 "한 기관의 발전단계에 따라 필요로 하는 수장의 스타일은 다른 법이다. 현재 DGIST의 상황으로는 세계적인 석학을 모실 형편이 안 된다"며 "지금은 내년 대학원 과정과 내후년 학사 과정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업무 추진력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은 물론 이사회도 할 일이 산더미인 DGIST에 압력을 넣기보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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