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산부 "출산교실은 그림의 떡"

입력 2010-08-09 09:29:30

최근 대구 수성구보건소가 마련한 수성산모대학 강좌에 임산부들이 순산을 위해 요가에 열중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최근 대구 수성구보건소가 마련한 수성산모대학 강좌에 임산부들이 순산을 위해 요가에 열중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직장 여성이 출산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임산부 교실을 비롯한 지원과 배려가 전혀없네요."

임신 6개월차의 안지혜(32·여) 씨는 임산부 출산교실 강좌를 듣기 위해 수소문하다 포기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강좌가 낮 시간인데다 주말 강좌는 아예 없었기 때문.

안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평일에 강좌를 들으라는 것은 듣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저출산 대책이 이렇게 허술한 줄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출산 관련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임산부'는 배제되고 있다. 임산부를 위한 대표적 지원 프로그램인 '임산부 출산교실' 등 각종 프로그램이 대부분 평일 낮 시간대에 몰려 있는 탓이다.

일하는 여성들은 야간 강좌나 주말 강좌 개설을 목말라 하고 있지만 각 기초자치단체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팔짱만 끼고 있다. 심지어 일부 프로그램은 제한된 예산 탓에 담당 직원이 직접 강의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각 기초자치단체가 올해 운영했거나 운영 예정인 출산 지원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수성구, 동구를 제외한 나머지 6곳에는 직장인 임산부를 위한 야간 강좌와 주말 강좌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산부 출산교실을 통해 임산부들은 체조, 영양관리, 신생아 목욕법, 정신관리, 태교 등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평일 낮 시간대에 운영되는 탓에 직장에 다니고 있는 임산부들은 인터넷에 의존하거나 귀동냥으로 듣는 게 전부다.

각 기초자치단체는 '가임여성 건강증진 사업' 예산을 마련, 임산부 출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각 기초자치단체가 받는 예산은 연간 186만원. 정부와 대구시 그리고 각 기초자치단체가 50:25:25의 비율로 마련하는 것으로 각 기초자치단체는 46만5천원씩 부담하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는 연간 2차례 임산부 출산교실을 열면 예산이 바닥나는 구조다. 회당 4만~7만원 정도의 강사료를 주면 운영이 빠듯해 일부에서는 절름발이식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A 보건소 관계자는 "가임여성 건강증진 사업 예산으로 모유 수유 클리닉 홍보와 캠페인까지 포함하다 보니 강사료가 모자라서 담당 직원이 강의를 준비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올 6월 주말 강좌를 한 차례 열었던 동구보건소의 경우 대한적십자사에서 간식을 제공받고, 도우미 역할을 한 봉사원들의 보조로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할 정도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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