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춘 어떻게 빚나

입력 2010-08-07 07:20:45

밑술 10일, 고두밥술 20일, 후숙성 두달…100일 정성 쏟아야 제맛

'황희 정승 22대 종손이 빚는 호산춘!'

호산춘 제조기능보유자는 황규욱 씨의 모친인 황희 정승의 21대 종부 권숙자 씨다. 어머니로부터 대대로 이어 온 술 빚는 법을 거의 다 익힌 황 씨는 현재 전수자이다. 황 씨의 모친은 술을 언제라도 제대로 빚어야 한다고 항상 22대 종손인 장남에게 이른다.

먼저 맵쌀을 하룻 밤 불려서 간 다음 백설기 떡을 쪄낸다. 이를 누룩과 반죽해 독에 넣고 열흘 정도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켜 내 밑술을 만든다. 여기에다 하룻 밤 불려 둔 찹쌀을 솔잎에 깔고 쪄 낸 고두밥에다 끓인 물을 부어 고루 섞어 식힌 다음 충분히 익은 밑술을 부어 다시 섞어서 술독에 넣고 20일 가량 숙성시킨다. 고두밥을 하는 찹쌀 양은 밑술 맵쌀의 두 배다. 이렇게 해서 잘 익으면 광목 자루에 담고 무거운 돌을 올려 기름을 짜듯 서서히 눌러 짜낸다. 용수를 박아 약주를 떠내지 않고 자루로 짜내는 게 특이하다. 두 달 정도의 후숙기간을 거친 뒤 여과지로 걸러내면 황국을 우려 놓은 듯 맑고 투명한 담황색의 기막힌 호산춘이 탄생된다.

"쌀 한되라야 술 한되가 나옵니다. "술이 나오는 수율은 1대 1. 황 씨는 사용한 곡류의 양만큼의 술이 나온다고 한다. 그 옛날 잡곡뿐이었던 문경 산골마을의 그 귀한 쌀을 생각해 보면 소수의 상류층 양반가문의 '아주 특별한' 술이라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 말이다. '아주 특별한 것'을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계절에 따라 향기로운 꽃이나 귀한 약초도 넣곤 하지만 원래의 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넣지 않는단다. 약샘에서 물을 길어 정성껏 술을 빚는 것은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황희 정승 후손답게 국전 초대작가로서 한국서예협회 경북지회장을 맡고 있는 황 씨는 호산춘 빚는 일 이외에도 서예전이 열릴 때마다 심사위원을 맡을 정도로 유명한 서예가다. 문경시내 관공서 현판은 물론이고 안동, 상주 등 문화재 복원 현판은 도맡아 써주기도 했다. 문경시내에 있는 그의 서실에는 지금도 많은 서예인들이 찾아와 붓글씨를 배우고 있다.

문경 고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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