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불청객 모기가 사라졌다?
무더운 여름밤 짜증을 더하게 만들던 모기 떼 소식이 올해는 잠잠하다. 올봄 이상저온 현상으로 모기알 부화 및 유충의 성장이 억제된 데다 일찌감치 벌인 방역 작업이 효과를 거뒀다는 게 보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장마가 물러가고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8월부터 모기 개체수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은 무더위가 당분간 이어지고, 큰 비도 없을 것으로 예보해 모기 개체수가 평년 수준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잠잠한 모기 떼=유난히 모기에 잘 물리는 직장인 임종현(32·대구시 수성구) 씨는 올해엔 한시름 덜었다. 여름만 되면 활개치며 밤잠을 설치게 만들던 모기가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보기 힘들었고 실제 물리지도 않았다. 모기는 이산화탄소 성분을 함유한 땀 냄새와 술 냄새를 특히 좋아한다. 땀을 많이 흘리고, 영업직인 탓에 술자리가 잦은 임 씨는 모기의 최고 표적. 그는 "예년 같으면 열대야에다 모기와 '혈투'를 벌이느라 밤마다 괴로웠을 텐데 올해 7월은 무사히 넘겼다"며 "이유야 어쨌든 모기 구경할 일이 드물다는 것이 반갑기 그지 없다"고 웃었다.
실제 올 5~7월 대구 모기 개체 수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성구 대흥동 지역에서 채집한 모기 개체 수는 33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8마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또 6월(437마리) 7월(1천571마리) 개체 수 역시 지난해 6월 837마리, 7월 2천89마리보다 훨씬 적었다.
◆모기 떼 왜 잠잠한가?=모기 개체 수가 급감한 것은 봄철 비가 잦았고, 5월까지 이상저온 현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천 주변의 모기 알과 유충이 잦은 비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고 때아닌 추위로 알이 유충으로 부화하거나 부화한 유충이 성충으로 자라기가 힘든 환경이 조성된 것.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3~5월 대구경북 평균기온은 10.9℃로 평년(11.8도)보다 0.9도 낮아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낮았다. 특히 3, 4월 비가 잦고 이상저온 현상이 심했다. 3월 대구경북 평균기온은 6.9도로 평년과 지난해보다 각각 0.2도, 2.1도 낮았고 강수량은 지난해(19.2㎜)와 평년(52.0㎜)보다 많았다.
강수일수도 지난해의 두 배인 12일이나 됐다. 4월에도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평균기온(11.5도)이 평년보다 2, 3도, 지난해보다 3.9도 낮았고 강수량 역시 63.5㎜로 지난해(21.3㎜)보다 3배가량 많았다.
일찌감치 서두른 방역작업도 모기 개체 수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대구 수성구는 4월 중순부터 공공근로 인력과 방역요원 40여 명을 투입해 상동과 범어동 등 재개발 지역과 목욕탕 주변, 주택가 주변 풀숲 등 모기 서식 가능성이 높은 128곳에 방역작업을 실시했다. 특히 삼덕동의 구라지, 이천동의 당현지 등 소규모 저수지 7곳에 유충을 없애기 위해 집중적으로 약을 뿌렸다.
◆모기 떼 다시 기승부릴까?=7월 하순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8월부터 모기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모기 번식과 활동력이 왕성해지기 때문. 장마 뒤 산란한 모기 유충이 부화하기 시작하는 이달 중순쯤부터 모기 숫자가 급격히 불어날 확률이 높다.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8시부터 모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가 모기에 가장 주의해야 할 시간이다.
보건전문가들은 "하수구, 정화조, 물이 고인 웅덩이 등 모기 서식 장소에 대한 소독 활동을 꾸준히 해야 말라리아와 뇌염 등 모기로 인해 생겨나는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며 "하루 활동을 마치고 잠들 때마다 땀과 피지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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