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 로봇 개발, MIT공대 김상배 교수

입력 2010-08-06 08:37:31

"로봇 산업은 조합하는 사업"

김상배 교수
김상배 교수

인간이 살기 적합한 행성은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인간은 당장 지구 표면에서 10㎞만 올라가도 숨쉬기 어렵다. 하지만 바퀴벌레라면 어떨까? 또 도마뱀이나 지렁이 같은 하찮게 여기는 생명체라도 화성과 같은 환경에선 인류보다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질문을 시작으로 우주 로봇을 인간 외의 생명체와 접목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MIT 공대 김상배 교수의 최근 연구 결과는 관련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생체공학모방로봇을 연구하고 있는 김 교수가 개발한 벽에 오를 수 있는 로봇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벽을 자유롭게 다니는 도마뱀을 관찰했고, 그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가 도마뱀 발바닥에 비스듬히 돋아 있는 수많은 돌기란 해답을 찾았다. 이를 활용해 도마뱀 로봇을 완성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도마뱀 로봇의 성공으로 우주 로봇 전문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타 행성의 표면에서 아무리 높은 장애물이 있더라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또 바퀴벌레, 지렁이 로봇도 개발했다. 바퀴벌레 로봇은 생존하는 어떤 바퀴벌레보다도 4배나 빠르며 지렁이 로봇의 경우 지형변화가 잦더라도 이동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김 교수의 지론은 '로봇산업은 조합하는 사업이다'는 것이다. 생명체이건 물질이건 어떤 것도 로봇에 결합할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항상 "나는 특별히 맡고 있는 분야가 없어요. 뭐든 닥치는 대로 필요하면 연구하고 개발해 냅니다"고 말했다.

그의 스승은 자연이다. 자연에서 보고 배우고 이를 로봇에 활용하는 것이다. 생물학자인지 로봇 과학자인지 헛갈릴 때도 있다고 한다. 가령 빠르게 달리는 로봇을 개발해야 할 경우 치타를 보고 연구하면 된다. 치타의 다리, 특히 발목이 가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속도를 내고 회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빠른 이동을 요구하는 로봇은 다리를 두텁게 해서는 안 된다는 가설을 즉석에서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철저한 현실론자이다. 현재 우주 로봇의 개발비는 NASA 등 국비가 대부분이다. MIT 같은 공대와 일반 사업자들도 국가 우주프로젝트에 참여해 공동 노력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우주 로봇 R&D 비용은 대부분 국가가 보전해 주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무엇을 연구해야 돈이 된다는 것을 먼저 판단한다"며 "투자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도 과학자들이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