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70대 할머니 미용사의 '사랑방 미용실'

입력 2010-08-06 07:53:45

대구 만촌동 류점희씨 55년 한길…파마 말아놓고 함께 앉아 부추전 수다

남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산 지 어언 55년 세월. 대구 수성구 만촌동 남부정류장 부근의 유신미용실 주인 류점희(72) 씨는 17세 때 미용기술을 배워 3년 간 미용실 보조 일을 하다가 스무살에 경북 성주에서 개업을 했다. 개업한 지 3개월 만에 미용실 보조로 3년을 있으면서도 익히지 못한 기술을 완전하게 습득해 시골 읍내에서 어느 정도 유명세를 떨쳤다. 그 즈음에 대구로 와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당시만 해도 미용기술을 가진 것만으로도 신부감으로 꽤 인기가 있었다. 결혼 후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넷이나 되는 아들 딸을 모두 대학까지 시키는 등 어머니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남편이 있었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하면서 사실상 가장 역할은 류 씨가 했다. 그랬기에 미용실을 그만 둘 수 없었고, 그의 손을 거쳐간 사람만도 부지기수에 이른다. "자식 넷을 다 길거리에서 기른 것이야. 미용일을 계속해야 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지. 이이들을 키우면서 한 번 안아주고, 업어줄 새 없이 고단했지만 집안 일은 집안 일 대로 해냈지. 아이들 아버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해 열심히 미용일을 해도 표시가 나지 않았지. 그래서 남편 원망도 많이 했어." 그래도 10여 년 전에 세상을 떠나 보내고는 무척 가슴 아프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너무나 긴세월 동안 머리카락을 만진 때문인지 "이제는 사람들의 머리모양만 봐도 됨됨이까지 알아볼 정도"라는 류 씨는 미용실을 운영한 세월 만큼이나 머리카락으로 맺어진 친구들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을의 오래된 이웃이자 손님들이 모두 친구다. 그래서 파마할 머리를 말아 두고는 부추전을 만들어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등 손님과는 늘 정겹기만 하다. "늙어서 오랫동안 서서 손님들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게 힘은 들지만 미용실 안이 늘 사람 사는 얘기와 웃음으로 가득차 그저 신바람이 난다"면서 "자식들이 이제 그만두라고 하지만 그만 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노안으로 앞이 또렷이 보이진 않지만 여전히 파마를 위해 머리카락을 감아 올리고 면도도 한다. 이 곳에서는 된장찌개 2인분 정도 가격이면 '뽀글이 파마'를 할 수 있다.

류 씨는 그동안 순탄치 못한 생을 살아오면서 욕심과 원망이 생길 때는 몸 건강하고 먹고 사는 일을 해결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더욱더 엄격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회고하면서 건강이 따라준다면 앞으로 계속 미용실을 하면서 '뽀글이 파마'로 이웃에 사랑을 전하겠다고 다짐한다.

글·사진 장양숙 시민기자 fn3496@hanmail.net

멘토: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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