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벙덤벙 김 여사의 초보운전 탈출기] ⑤야간운전

입력 2010-08-05 11:05:04

운전 경력 1년째인 김수정(30·여·대구시 범어동) 씨는 지난 휴일 고향인 구미에 갔다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대구로 향했다. 도심 밖 밤길 운전은 처음이었지만 월요일 출근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끼려는 마음에 내비게이션에서 국도를 선택했다. 그런데 구미시내를 벗어나자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간간이 지나는 차량이 있었지만 가로등조차 없는 국도는 너무 어두웠던 것.

'상향등을 켜면 조금 낫겠지' 하고 무심코 방향지시기를 손으로 당기자 상향등이 켜졌다. 그러나 이도 잠시, 잡았던 방향지시기를 놓자마자 상향등이 꺼져 버렸다. 계속 방향지시기를 잡은 채 운전할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서둘러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방향지시기를 이리저리 조작해 보았지만 여전히 당긴 손을 놓으면 상향등이 꺼져버리고 말았다. 급기야 차를 산 후 한 번도 보지 않은 자동차 매뉴얼을 꺼내 조작법을 찾았다. 실내등을 켜도 어두침침한 차 안에서 깨알같은 글씨로 적힌 자동차 조작법을 찾자니 짜증이 슬슬 치밀어 올랐다.

한참을 매뉴얼과 씨름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운전석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어둠 속에서 웬 남자가 차창에 얼굴을 들이댄 채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하고 있었던 것. 한밤중에 컴컴한 국도에서 낯선 남자의 등장과 접근에 긴장했지만 '침착해야지'하는 마음으로 차문을 조금 내렸다. "왜 계속 상향등을 껐다 켰다 하면서 신호를 보내세요. 무슨 일이 있나요?" 찬찬히 그 남자를 보니 교통경찰관이었다.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국도변에 정차한 차량의 상향등이 깜빡깜빡거리자 교통경찰관이 응급상황이거나 구조신호를 보낸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경찰관에게 상황을 설명한 김 씨는 그제서야 상향등 켜는 방법을 알수 있었다. 상향등 때문에 혼쭐이 난 이후부터 김 씨는 가급적 야간운전을 자제하고 틈 나는 대로 자동차 관련 매뉴얼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조금씩 이런저런 조작법을 익히고 있지만 김 씨는 지금도 밤만 되면 '김 여사'로 우울한 변신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운전이 능숙해진 여성운전자라도 야간운전은 두렵기만 하다. 야간운전은 주간과 달리 시야 범위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조명이 없는 도로에서는 전조등이 비추는 범위까지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대구본부 이순우 교수는 "가로등이 없는 도로에서 야간운전자의 시야는 자동차 전조등이 비추는 범위로 제한된다. 전조등이 비추는 거리는 상향 조정했을 때 약 70m이고, 하향 조정했을 때는 약 40m 정도에 불과해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마주 오는 차량의 불빛 때문에 갑자기 시야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중앙선으로부터 조금 떨어져서 주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특히 앞차의 미등만 보고 주행하면 길가에 정지하고 있는 자동차까지도 진행하고 있는 차로 착각하기 쉬우므로 가급적 시선을 멀리 두고 운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야가 나쁜 교차로에 진입하거나 커브길을 돌 때는 전조등을 아래위로 번갈아 비춰주는 것도 야간운전에 도움이 된다.

최창희기자 cchee@ms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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