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묘한 것이다.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던 일이 갑자기 불거져 숨통을 죄어오는가 하면, 확신하고 있던 일이 생각지도 않았던 일로 인해 틀어지기도 한다. 있는 듯 없는 듯 살던 이가 어느 날부터 신문 동정란에 이름이 오르내리는가 하면, 힘께나 쓴다고 하던 사람이 하찮은 일로 낙마를 하고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무난하게 한평생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서도 주름 한 번 못 펴고 회한만 안고 가는 사람도 있다.
명리학에서의 명(命)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나온 그 모든 것이다. 성격에서부터 지능, 직업가치관, 나아가 삶의 방향까지 포괄한다. 태어난 해와 월, 일, 시로 구성되는 여덟 글자다. 예컨대 2010년 8월 5일 새벽 5시 출생이라면 경인(庚寅) 신미(辛未) 정해(丁亥) 임인(壬寅)으로 사주가 구성된다. 각 단어를 세로로 세우면 네 개가 되는데 이는 네 개의 기둥, 즉 사주(四柱)가 되고, 글자의 수가 모두 여덟이므로 팔자(八字)가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주팔자(四柱八字)다. 이 속에 부귀빈천(富貴貧賤)이 정해진다고 보는 게 명리학이다.
운(運)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되뇌는 그 단어다. 고스톱 판에서 통용되는 그 말이기도 하다. 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10년마다 변하는 대운(大運)과 1년마다 바뀌는 세운(歲運)이다. 대운은 밑바탕에 깔리는 기본적인 운이기에 세운보다 그 영향력이 크다. 예컨대 대운이 좋으면 한 해의 운이 나쁘더라도 그 해가 지나가면 다시 좋아진다. 반대로 좋지 않은 대운이라면 한 해의 운이 좋더라도 그 때뿐이기에 조금 나아지려다 끝이다. 대운과 세운이 동시에 좋으면 일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고, 그 반대이면 하는 일에 방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명에서 타고난 부귀빈천이 현실로 나타나고 나타나지 않고는 운에 달렸다고 보면 되겠다.
명과 운은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운명(運命)이다. 명운(命運)이 아니고 운명이라 한 것을 보면 명보다 운을 더 중시한 것은 아닐까. 좋은 명을 타고나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평범한 삶이 된다. 비록 조금 떨어지는 명을 타고났을지라도 운이 받쳐준다면 소기의 목적한 바를 이룰 수가 있다. 명이 좋고 운도 좋다면 출세는 보장된 것이라 할 수 있고, 명도 나쁘고 운도 부족하면 결과는 기대 이하다. 명이 좋다면 단 한 번 좋은 운에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음양과 오행이 중화를 이룬 사주는 한 평생 큰 어려움이 없는 삶이다.
운명, 항상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가장 알지 못할 단어이기도 하다.
하국근(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chonjjja@hanmail.net 010-8780-4045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