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일 대구시장이 그저께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고 한다. 성서 나들목 주변 도시고속도로의 교통체증, 북구 노곡동 침수,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부실 시공 등에 대해 대구시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민선 5기 출범 이후 첫 직원 조례에서 나온 김 시장의 발언은 과거의 자세와 다르다는 점에서, 또 시민 불편 사항에 대해 신속히 사과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하겠다.
대구시 공무원들의 기획력 빈곤과 무사안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시장이 사과한 위의 사례뿐 아니라 대형소매점의 무분별한 진출 등으로 지역경제 살리기에 역행한 시정 추진 사례도 적잖다. 동남권 신공항,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김 시장이 챙겨야 할 굵직한 현안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시민의 안전과 불편을 살피는 게 민선 시장의 역할이다.
언짢을 수도 있겠으나 문희갑 전 시장이 시정을 꼼꼼하게 챙긴 사례 하나만 소개한다. 김 시장의 민선 4기 시절, 대구 중구 반월당에 심은 소나무가 계속 고사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다시 심어야 했다. 반면 문 전 시장 재임 시 조성된 국채보상공원의 나무는 단 한 그루도 죽지 않았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문 전 시장이 매일 공원의 나무를 챙기는 바람에 나무를 죽였다간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아 그만큼 신경을 쓴 결과라고 전했다.
이는 시장이 사소한 시정까지 일일이 점검하면 대구시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모든 시정을 시장이 챙길 여유와 시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시정 전반에 관심을 보이면 공무원들의 근무 자세 역시 바뀌게 된다. 사과에 그치지 말고 작은 시민 불편까지 챙기는 시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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