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통] 속편과 전편

입력 2010-08-05 08:12:53

속편이 전편을 능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편의 신선함과 충격, 감동을 속편까지 이어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 시리즈나, 폴 버호벤의 '로보캅' 등은 최악의 속편들이 속출하면서 1편의 명성을 톡 털어 까먹었다.

그럼에도 속편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들이 있다. '대부 2'나 '터미네이터 2', '에일리언 2' 등이다. '대부 2'는 마이클(알 파치노)이 대부를 승계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입체적으로 그려 작품의 격을 높였고 '터미네이터2'는 1편의 기발한 착상에 발전된 컴퓨터 기술을 덧입혀 놀라운 화면 효과를 보여주었다. '에일리언2'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서부 영화처럼 화려한 액션 활극으로 그려내 관객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3편이 1편을 뛰어넘는 영화는 거의 없다. '대부3', '터미네이터3', '에일리언3'도 마찬가지였다. 두 번이나 제작되면서 총력을 기울였기에 3편까지 남아 있는 여력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올여름 예외 작품이 한 편 나올 듯하다. 바로 '토이 스토리 3'이다. '토이 스토리'는 1995년 추수감사절에 개봉돼 뜨거운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이다. 장난감들이 주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티격태격 싸우면서 우정을 쌓아간다는 이야기는 사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다양한 장난감들이 펼치는 오락성도 뛰어났다.

토이 스토리 1편은 한국에서 그리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홍보도 덜 되었고, 당시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친숙한 관객에게는 낯선 시도였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입소문이 나면서 오히려 DVD가 더 많이 팔렸다.

1999년 개봉된 2편은 액션이 가미되면서 여느 2편과 다르지 않았다. 덩치로 포장하는 속편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2편에 이어 11년 만에 나온 '토이 스토리 3'은 만듦새나 내용이 훨씬 업그레이드되었다. 거기에 3D 포맷으로 나와 훨씬 생동감 넘친다.

세월이 흘러 주인 앤디가 대학생이 되면서 장난감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쓰레기장으로 직행하거나 아니면 다락방에 갇힐 신세. 엄마의 실수로 이들은 어린이집에 기증된다. 아이들의 등쌀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쓰레기장으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이 어린이집은 겉보기와 달리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 또다시 앤디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한 탈출이 감행된다.

'토이 스토리 3'은 장난감들의 모험극이지만, 좌충우돌 활극 아래에는 상당한 서정성을 갖추고 있다.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은 인간의 것과 다름없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또 그 속에서 함께 보듬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또한 인간의 삶과 쏙 빼닮았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에서 몰살될 위기에 처했을 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불구덩이를 쳐다보는 장면은 비장미가 넘치고, 집을 떠나는 앤디와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나리오 작가가 밤을 새웠을까.

특수효과와 게임 같은 판타지가 득세하는 영화판에서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이야기'라는 것, 영화가 주는 감동도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토이 스토리 3'는 잘 보여주고 있다. 절대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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