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교육감 교육계 비리 개탄 일파만파

입력 2010-08-04 10:34:10

교육부 감사·경찰 수사 나설듯

대구의 일부 학교장, 사업체 등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에게 청탁성의 당선 축하금과 금품을 전달하려 했던 사실(본지 3일자 1면 보도)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당선 축하 명목의 돈봉투를 받았다 돌려줬다고 폭로한 직후 교육부 감사가 진행된 점에 비춰볼 때, 대구시교육청에도 상급 기관의 감사가 따를 전망이고 경찰도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교육계 자정 계기 삼아야

전교조는 4일 성명서를 내고 "교육 관료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진상 공개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인사 청탁, 업체 선정을 둘러싼 금품 수수 관행이 단위 학교에서 지역교육청, 시교육청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며 "교육계에 만연한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감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한편 청탁과 학연에 기대지 않고도 교감, 교장 승진이 가능하도록 내부형·개방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배종령 정책실장은 "같은 대학 출신을 밀어 주는 대구 교육계의 학맥 인사를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식환 대구시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육감의 비리 개탄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대구 교육계는 정말 비리가 횡행하고 있구나'라고 울분을 터뜨리지 않겠느냐"며 "그동안 시교육청의 관리 감독 부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낳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장 위원장은 또 "교육계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는 우 교육감의 고민과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땅에 떨어진 대구 교육계의 청렴도 회복을 위해 교육감뿐 아니라 전 교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양승희 대구지부장은 "일부 학교장이 거리낌없이 돈 봉투를 들고 당선 축하 인사를 갔다는 소식이 그리 놀랍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교육 간부들의 비리 불감증이 결국 일선 교사에게까지 전염되고, 고스란히 학부모의 몫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현장에선 비리의 의심이 드는 일이 너무나 많다. 가령 학교별로 떠나는 체험학습 경우 가격에 비해 프로그램 내용이 부실하거나 식사가 형편없는 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교원 사기 꺾이지 말아야

우 교육감은 취임 한 달 만에 내부 비리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을 5천만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판공비를 공개하고, 학교별 입찰을 강화하는 등의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서울에서 문제가 됐던 수학여행 비리나 학교시설 비리 등이 없었는데도 대구 교육계 청렴도가 꼴찌 평가를 받는 데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장학사 선발 시험에 면접 위원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인사 비리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우 교육감은 "이번 일로 인해 대다수 선량한 교사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금품을 들고온 사람의 명단을 불문에 부치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최근 교장·교감 연수회에서 '(내가)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당혹스럽다. 학교장들이 도와줘야 대구 교육이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우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당선 직후 모두 6명의 학교장, 교육청 간부 등이 청탁성 금품을 가지고 인사를 와 모두 물리쳤다. 당혹스럽고 불쾌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놔 파문을 일으켰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