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무슨 기도가 그 모양인가

입력 2010-08-02 10:56:08

지난주 평양 어느 교회에서 남한의 ×목사가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빨갱이 목사의 기도문'이라는 글 제목이 떴지만 본란에서는 색깔론 같은 건 덮고 지나가겠다. 불법으로 입북, 판문점 북한 초소에서 남한 쪽으로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한 그 목사가 했다는 기도문은 이랬다.

'창조의 주 하느님! 오늘 이 죄인은 성지(聖地)이자 혁명의 도시 평양에서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이명박 괴뢰도당이 하루빨리 위대한 장군님과 통일의 선구자 김대중 선생이 이룩한 6'15공동선언을 지킬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위대한 장군님과 인민의 영웅, 권오석 동지(빨치산으로 처형됨)의 사위 노무현 대통령이 이룩한 10'4선언도 하루빨리 실천할 수 있도록 이명박 괴뢰정부를 인도하여 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옵나이다. 극악무도한 미제와 한통속이 되어 천안함 폭침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뒤집어씌우려는 이명박 괴뢰정부를 벌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나이다.'…(중략)…

'저 마귀와 같은 이명박 정부를 멸(滅)하여 주실 것을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이명박 괴뢰정부와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다윗과 같은 자비를 주시옵소서… 아멘.'

한국교회만큼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목사'란 이름만으로 신자들의 존경과 믿음을 받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그만큼 힘든 시대를 거치며 헌신과 때때로 감동과 평화를 심어주는 좋은 기도를 통한 영령의 순화에 기여해 온 긍정적 측면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목사의 기도는 사랑과 평화를 위한 기도문이라기보다는 무당이 인형에다 침을 꽂는 저주처럼 들린다. 그가 제대로 된 목사라면 성경에서 말하는 기도의 참 뜻을 모를 리 없다.

기도는 일단 그 내용이 (하느님이 보실 때) 여러 사람을 위한 선(善)한 것, 영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잠언(28장 9절)에서는 '하느님의 율법을 듣지 않는 자의 기도는 역겹다'고까지 했다. 하느님이 기도하는 자의 편이 되게 하려면 기도 내용과 행동이 일치할 때만 그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뜻이다.

'율법을 저버리는 자들은 악인을 찬양하고 율법을 지키는 이들은 악인에 맞선다'고 한 잠언의 말씀대로라면 악인(북한 지도층)을 찬양하고 거꾸로 내가 몸담아 편하게 잘사는 내 나라를 괴뢰정부요 마귀라고 욕하며 사랑과 화해의 율법을 부정한 그의 기도는 역겨운 기도가 되는 셈이다. 좋든 싫든 내 나라 정부와 대통령을 멸(滅)하라고 하느님과 다윗을 들먹이는 기도가 교회 지도자로서 온당한 기도인가? 그토록 북한이 좋고 동족이 걱정되는 목회자라면 차라리 이런 기도나 했어야 했다.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저로 하여금 세상의 낙원인 평양시에 주민등록을 옮길 수 있게 허락하시고/ 내 위장은 불고기, 쌀밥 대신 강냉이만 먹어도 배가 부른 위장으로 바꿔 주시며/ 중국에 싸구려로 팔려가는 조선 처녀는 제 부모 품에서 살 수 있게 도와 주시옵고/ 압록강 국경 땅에서 앵벌이하는 꽃제비 소년들은 학교로 보내 주소서/ 바른 덕담하는 황장엽 동무는 9988 오래오래 건강하도록 하시되 악담 기도하는 자는 6677(60이 넘어도 칠칠찮게 사는)만 살게 하시고./ 가냘픈 개성공단 여직공들 월급($)을 갉아먹는 못된 짓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그리 하오시면 이 죄인은 평양시내 돌아다니며 핵 포기, 인권 존중, 민주체제 통일을 외치고 다니겠나이다/ 아멘!'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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