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구 태전삼거리∼보건대학 왕복5차로 인도없이 방치

입력 2010-07-31 07:26:47

10여년째 위험한 보행…민원도 묵살

지난 10년간 인도 없이 방치돼 있는 대구시 북구 태전동 태전삼거리∼현대공원간 도로. 26일 오후 보행자들이 차도로 걷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지난 10년간 인도 없이 방치돼 있는 대구시 북구 태전동 태전삼거리∼현대공원간 도로. 26일 오후 보행자들이 차도로 걷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30일 오전 10시 대구시 북구 태전로. 대구보건대학 방면 도로 갓길로 사람들이 많이 걸어가고 있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은 갓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경적을 울려댔다. 이 도로는 왕복 5차로이지만 인도가 없다.

5분 뒤 태전 삼거리에서 나온 오토바이가 갓길을 걸어가는 보행자 옆을 스치듯 지나는 순간 한 여성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박영미(25·여) 씨는 "이곳은 인도가 없어 도로 갓길로 걸어다닐 수밖에 없다"며 "항상 불안해 걸으며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태전삼거리에서 대구보건대학 삼거리간을 지나는 시민들은 12년째 보행권을 위협받고 있다. 이곳 주민들뿐 아니라 대구보건대, 영송여고, 강북고 등 주변 학교 학생들이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640여m 구간에 많은 시민들이 다니고 있지만 행정기관은 예산이 없다며 인도 설치를 계속 미루고 있다.

태전로는 1999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국도4호선(대구~왜관)을 확장하면서 대구시의 요구에 따라 함께 확장됐다. 하지만 당시 확장공사가 태전로 서편에 한정되면서 서편에만 인도가 들어섰다. 특히 도로 가장자리는 식당 주차장과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 등으로 이용돼 보행자의 이동통로가 없다. 이때문에 시민들은 결국 달리는 차량 사이로 도로를 걸어다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장모(29) 씨는 "오토바이와 보행자가 서로 부딪히는 사고가 잦다. 인도가 없어 도로로 넘어가려다 사고가 난다 "며 "혹시 사고가 날까봐 웬만하면 인도가 있는 건너편으로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시는 동편 도로 확장과 인도 설치를 결정했지만 예산 문제로 2년 뒤에나 착공 가능하다. 대구시건설관리본부 측은 "사업비 109억원 중 보상비만 89억원으로 당장 땅을 모두 매입하기 힘들다"며 "예산을 확보해 보상이 끝나는 2012년쯤 착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의 느린 행보에 울화통이 터진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대로(49) 씨는 "10년 넘게 위험천만한 도로를 걷고 있다. 인도 설치는 이곳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만큼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