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패션의 완성인가, 부의 과시용인가…

입력 2010-07-31 07:57:41

세계 최고가는 64억원, 지역 백화점 6억짜리 구비

나폴레옹 브레게
나폴레옹 브레게
브라이틀링. 시계 마니아가 늘어나면서 백화점 고가 시계 매출도 매년 10~20%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들에게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일차원적인 기능에 머물지 않고 가장 효과적인 패션 아이템인 동시에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브라이틀링. 시계 마니아가 늘어나면서 백화점 고가 시계 매출도 매년 10~20%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들에게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일차원적인 기능에 머물지 않고 가장 효과적인 패션 아이템인 동시에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과시의 수단'이다. 대구백화점 제공

40대 후반 의사 A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백화점 시계매장을 들른다. 시계에 푹 빠진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이 바로 신제품을 돌아보고 구매하는 것. 매장 직원은 "A씨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시계를 구매하는데 꼭 비싼 시계가 아니더라도 색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좋아한다"며 "해외에서 구매해 AS가 불가능한 제품을 어렵사리 수리해 드렸더니 이후에는 지인들 선물로도 곧잘 시계를 선택한다"고 귀띔했다.

◆진정한 패션의 완성, 손목시계

보통 액세서리는 여성들에게 각광을 받지만 유독 시계만은 남성들에게 더 사랑을 받고 있다. 남성의 경우 여성만큼 액세서리가 다양하지 않아 시계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일차원적인 기능에 머물지 않고 가장 효과적인 패션 아이템인 동시에 자신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과시의 수단'이 됐다. 특히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갖춘 중년 남성들에게 시계는 부의 상징이자 성공한 사람의 트레이드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속성을 이용해 시계 브랜드들은 앞다퉈 '한정' 상품을 내놓으면서 구별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자들이 시계에 주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희소성'으로 인한 투자 가치 때문이다. 최고가의 고급 시계는 수제품으로 생산량이 극히 제한돼 있어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손상되지 않는 것. 예로부터 가치가 높은 시계는 현금과 다름없이 통용됐다는 점도 시계의 가치를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시계가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다줘 매력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때문에 시계 매출은 매년 부쩍 신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의 올 상반기 시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백화점에서도 명품 시계 매출이 매년 20%대의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가격 특성상 충동구매보다는 목적성 구매의 성격이 강해 일시적인 경기 동향이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명품시계 매출이 늘면서 관련 업체에서 내놓은 패션시계 판매도 덩달아 증가해 10%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고가의 시계시장

시계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시간을 함께 한다. 문명 발생 당시 해시계를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해 6천년 동안 사용해 온 것. 그 중 최근들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손목시계는 15세기 말엽 금속태엽이 발명돼 시계의 동력으로 사용되면서부터 소형시계가 만들어진 것이 유래가 됐다. 가장 오랜 된 것으로는 1807년에 만들어진 시계로 나폴레옹 1세의 황후 조세핀이 사용한 시계로 알려진다.

현재 세계 최고가의 손목시계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고급시계의 대표 브랜드 '파텍 필립'이 1944년에 만든 제품 'ref.1527'이다.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즈의 시계 경매에서 최종낙찰액 570만8천833달러(64억원)에 팔렸다.

국내의 시계 시장규모는 약 1조천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 중 고가 해외 명품 시장 규모는 약 4천500억~5천억원에 달한다. 현재 대백프라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시계로는 '까르띠에'의 컴플리케이션 워치가 손꼽힌다. 가격은 6억원으로 늘 제품이 구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문을 해야 한다. 그 외에 '까리띠에'의 '베누아'는 6천600만원,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브로드애로우' 제품이 3천45만원, '브라이틀링'의 골드콤비라인 제품은 1천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백프라자점 명품담당 박경희 과장은 "여성에 비해 남성들은 옷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시계 등의 액세서리로 패션 감각을 나타내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30만∼50만원대 시계는 물론이고 100만원이 넘는 고가 시계를 거리낌없이 구매하는 남성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온라인 구매시에는 주의필요

온라인을 통해 고가의 시계를 구매할 때는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세관의 지적재산권 침해물품 단속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것이 시계(33%)로 나타난 것. 그 외 핸드백·가죽제품(24%), 의류(12%), 신발(6%)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도 온라인 쇼핑몰 거래 품목 중 시계, 가방, 의류 및 신발제품에서 위조품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메가, 브라이틀링, 까르띠에 등 고가 브랜드 시계는 일단 보증서가 있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보증서가 없는 시계는 가짜일 확률이 높다. 또 까르띠에는 시계의 뒷면에 새겨진 모델 번호 로고의 인쇄상태가 가늘면서도 선명한 지와 사방이 모두 나사로 조여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제품 보증카드에는 'Cartier'라고 쓰여 있고, 제품 모델번호가 아랫부분에 찍혀 있다.

'오메가' 케이스 뒷면에 제품 고유의 시리얼넘버와 모델 고유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가죽줄의 경우 버클에 로고가 새겨져 있다. 로고가 없을 때는 가짜라고 보면 된다.

롯데백화점 시계매장 관계자는 "사실 아무리 주의를 한다고 해도 일반인은 정품과 위조상품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조상품에 속지 않으려면 공식지정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고 정품보증서를 같이 챙겨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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