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속챙기기' 큰병 든 대학병원

입력 2010-07-30 11:04:49

맛도 없고 양 적은데 한끼 5천원…보호자 무료주차도 입원 당일뿐

대구 한 대학병원 환자식당에서 일한 노동자와 시민대책위 회원이 29일 오후 환자식당 질 보장 등을 요구하며 병원 앞에서 9일째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한 대학병원 환자식당에서 일한 노동자와 시민대책위 회원이 29일 오후 환자식당 질 보장 등을 요구하며 병원 앞에서 9일째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대학병원들이 수익 챙기기에 급급해 환자와 가족에 대한 서비스를 도외시하고 있다.

환자와 가족들은 경영 합리화를 내세운 병원들이 환자식을 바깥 업체에 맡기면서 음식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고 장기 입원 환자 가족 등에 대한 주차비 할인 혜택도 거의 없어 대학병원이 잇속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대학병원들의 환자식 외주가 음식의 질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지역 27개 시민사회단체는 '동산병원 환자식당 식사 질 보장 및 하청용역 철회 직고용 쟁취를 위한 지역시민단체대책위원회'를 구성, '1000인 릴레이 1인 농성'에 나섰다.

◆환자들이 외면하는 환자식

27일 대구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의료원 6층. 점심식사 배식이 막 시작됐지만 음식을 바라보는 환자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7월 초 입원한 K(54) 씨는 "식대로 한 끼에 5천원 넘게 내는데 먹을 게 없다"며 "얼마 전 군대 간 아들이 휴가를 받아 면회를 왔는데 음식을 보고는 '군대 짬밥'도 이것보다는 낫겠다고 하더라"며 불만을 터뜨렸고 이 병원 3층 병동에 입원한 L씨는 "입원할 때 미리 얘기해 줬더라면 절대 병원밥을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9일 동산의료원 앞에서 7일째 1인 시위를 이어간 대책위는 "동산의료원이 환자식 한 끼 단가로 3천500원을 제시한 대형 업체에 외주를 주고 이 업체는 다시 인력파견업체에 하청을 줬다"며 "동산의료원과 두 업체가 가져가는 이윤을 빼면 환자식 실제 단가는 도대체 얼마냐"고 따졌다. 동산의료원 한 끼 환자식은 일반식 5천60원, 치료식 5천170원으로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병원 식대 50%를 지원하고, 나머지 50%를 환자가 부담한다.

환자식당에서 8년간 일한 이화자(47·여) 씨는 "2007년 외주 체제 전환 이후 식사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외주업체는 이윤을 남기려고 싼 재료를 구입하고 그나마 괜찮은 재료로 만든 반찬은 양이 턱없이 부족해 병원이 아픈 사람에게 질 떨어지는 밥을 팔아 돈을 버는 꼴"이라고 했다.

이같은 환자식 사정은 대구의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산의료원 측은 "외주업체에 식당 운영을 맡긴 뒤 식사의 질이 떨어졌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식당에서 일하다 해고된 일부 외부인들이 근거없이 하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돈벌이 급급한 주차비 책정

각 대학병원들은 주차비 할인 혜택이 거의 없는 데다 환자 보호자에 대한 무료 주차비 적용마저 입원 당일 몇 시간이 전부다. 동산의료원에 한 달 전 어머니가 입원한 B(30) 씨 경우 병원비보다 주차비를 더 걱정하고 있다. 입원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만 무료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의 시간에는 '최초 30분 800원, 추가 10분당 300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그는 "입원 환자 가족에게 아무 혜택도 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병원에 올 때면 집에 차를 두고 다시 버스를 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주일 전 영남대의료원에 입원한 P(42) 씨도 "90일 이상 입원 환자의 보호자에게만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며 "3개월 이상 입원하는 사람들이 전체 환자 중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곳에서 만난 택시기사들은 "손님 중에는 주차비가 부담돼 병원 밖 담벼락에 주차했다가 견인차가 끌고 간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활동가는 "대학병원이 이윤에만 집착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며 "대학병원이 무조건 시장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병원 본래의 기능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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