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여름이다. 뭔가 몸에 좋은 보양식을 먹어줘야만 무더위를 이겨낼 것 같다. 보양식의 대명사인 삼계탕과 보신탕이 있지만 매번 먹을 수는 없는 노릇. 때마침 보양(건강)식에도 웰빙바람이 불면서 녹색푸드, 갈색푸드 등 영양과 본연의 맛을 살린 유기농 음식들이 대우를 받고 있는데다 약선요리, 사찰음식에 심지어 독특한 외국산 보양음식들도 잇따라 대구에 상륙, 여름철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올여름 색다른 보양음식으로 무더위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여름 보양식, 고정관념이 깨진다
삼계탕, 보신탕, 장어로 대표되는 보양식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종 웰빙음식들이 이들을 밀어내며 보양식의 서열을 흔들고 있다. 특히 약재를 이용한 약선이나 무기농 야채 등을 주원료로 한 웰빙음식이 새로운 보양식으로 조명받고 있다.
약선요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지난달에는 대구에서 최초로 약선요리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수성구 상동에 있는 약선요리 전문점 '소담정'에는 개업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60여 명의 손님들이 찾아와 무더위를 이기고 있다. 이 식당 김숙란 사장은 "약선요리는 기존 음식에다 한방 약재를 첨가해 요리하는 것으로 영양과 한약재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여름철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최근 약선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이진욱 홍보위원은 "약선은 대체로 열량이 낮고 기능성과 효능이 뛰어난 먹을거리로 기력이 떨어지기 쉬운 여름철에 건강을 챙기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채식 위주의 웰빙음식과 사찰음식도 새로운 보양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성구 지산동 황금네거리에 있는 채식요리 전문점 '이풀'에서는 친환경유기농 재료로 만든 수십 가지의 진귀한 음식과 반찬을 맛볼 수 있다. 이곳 안성남 사장은 "친환경 유기농 음식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최근 꾸준히 손님이 늘고 있다"며 "단백질과 필수 지방산이 탈수를 막고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이 손님들에게 인기다"고 소개했다.
또 최근에는 팔공산 인근에 사찰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음식점들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들 식당가에서는 장아찌류와 제철 채소 등 다양한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다. 여름철이면 사찰음식을 먹기 위해 팔공산을 찾는다는 주부 이진형(30) 씨는 "사찰음식은 맛이 조금 밋밋하지만 담백하고 부담스럽지 않아 입맛이 없을 때 먹을 수 있는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고 했다.
다문화시대를 맞아 아시아 각국의 보양식도 뜨고 있다. 태국의 이열치열 보양식인 '돔양꿍', 닭고기와 돼지 뼈 등을 우려낸 육수에 대추, 당귀 등의 재료를 넣고 각종 고기와 해산물을 적셔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 소고기 육수에 채소와 고기를 넣어 먹는 베트남의 대표 보양식은 '라우제', 장어와 육류를 가득 넣어 끓여낸 일본식 냄비 요리 '나베' 등이 여름 대구 식당가를 점령하고 있다.
대구보건대학 호텔조리학과 김덕희 교수는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예전에는 많은 땀을 흘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보신탕, 삼계탕, 장어구이와 같은 전통 보양음식이 인기가 많았으나 최근 냉방시설이 잘 갖춰지면서 전통 보양식 대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보양식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만의 건강식을 찾아라(직업별)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직업 수는 1만2천여 가지에 달한다. 다양한 직업 종류만큼이나 생활패턴도 천차만별. 전문가들은 자신의 체질은 물론 직업에 맞는 보양식을 선택하는 것도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한다.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순 원장은 "'직업은 제 2의 천성'이라고 할 만큼 자신의 체질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로, 건강식 역시 체질이나 체형뿐 아니라 직업에 맞는 선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육개장이나 콩국수 등은 밤늦게 근무하는 경비업이나 보건직에 근무하는 직업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들 음식에 들어가는 쇠고기, 고사리는 기운을 북돋워주고 숙주는 열을 내리고 해독작용을 하며 파, 마늘 등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주기 때문이다.
또 활동량이 많은 영업직원에게는 영계백숙 또는 장어구이가 좋다. 단백질이나 지방이 많은데다 함께 들어가는 인삼, 대추는 땀으로 손실되는 기운을 보충해 줄 수 있는 대표적인 한약재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추어탕은 칼슘이 멸치보다 많아 관절 건강에 좋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비만 예방이 되며 소화흡수가 잘 돼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하는 사무직의 보양식으로 적합하다. 술자리가 많은 직장인들은 전복곰탕이 좋다. 전복은 글리신 등의 성분이 있어 감칠맛과 달콤한 맛이 나며 지방질이 다른 생선보다 적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많아 숙취 해소,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
▶보양식 잘못 먹으면 독(毒)
보양식 선택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 닭국을 덜 익혀먹거나 뱀, 개구리 등을 익히지 않고 날로 먹다가는 기생충 감염 등으로 인해 오히려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다. 또 독성이 강한 한약재를 이용해 임의로 건강식을 만들어 먹다가는 건강식이 아니라 '사약'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지역에서도 관련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희망근로를 하던 인부 6명이 독성이 강한 '초오'라는 약초로 술을 담가 먹다가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동남아 여행 중 덜 익힌 뱀을 먹다 '스파르가눔'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되거나 건강엑기스를 복용한 뒤 간 기능이 나빠져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동산병원 응급의학과 김성진 교수는 "피부에 반점 등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할 경우 기생충 감염 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스파르가눔이라는 기생충은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데다 잠복기가 길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뇌손상, 간질, 두통, 하지마비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기생충인 만큼 반드시 익혀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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