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주와 힘 합해 동양의 비주 빚고파"
"전통주는 그 나라 문화입니다. 전통주가 사라지는 것은 그 나라 문화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지요. 일본도 경제개발 당시 전통주를 외면하고 양주와 맥주만 찾다가 요즘들어 옛 것을 지키자는 여론이 일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선통신사가 지나가던 길목인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의 유명한 일본 전통주인 호메이슈(보령주· 保命酒) 도가 전무인 료지 오카모토(41) 씨. 안동 국화차에서 국화향을 얻어내는 기술을 배우고자 27일 안동을 찾았다. 대표인 아버지(74)로부터 가업을 이어받고 있는 료지 씨는 국화향을 잘 우려내 한국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호메이슈 신상품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 5월 서울식품대전에 처음 참가해 일본 전통주 호메이슈를 선보이자 한국 신세대 소비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높았다고 한다. 푸드글로벌포럼 등 전문 컨설팅 업체와 함께 한국 시장조사에 나서기도 한 그는 올해 안에 서울 점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특별한 전통을 갖고 있는 가양주에도 정부차원의 지원을 합니다. 새 사업 아이템 개발 차원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5년 전 경제산업성에서 특화산업 대상으로 선정돼 지원받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전통 음식과 술은 일본 문화라는 차원에서 전국 300개의 전통기업을 발굴해 집중 지원 중이라고 한다. 내부 경제사정도 있지만 전통주에 대한 지원은 일식의 품격을 높여주는 차원도 감안됐다고 한다.
호메이슈는 14도짜리 약주로, 조선통신사가 전해 주던 귀한 한약재를 일본 미림(조리에 사용하는 술)에 발효시킨 향약주(香藥酒)다. 연 6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 술은 페리제독이 쇄국일본을 열면서 건배주로 사용해 명성이 상당하다.
"주세는 ℓ당 한국돈으로 1천원 정도입니다. 호메이슈는 600㎖이니까 1만1천원짜리 병당 약 600원의 주세(6%)가 매겨집니다."
1만원짜리 전통주에다 용량은 제쳐놓고 가격 대비로 다짜고짜 3천600원(36%)이나 주세를 일률적으로 매기는 우리와는 딴판이다. 료지 씨는 한국은 주세가 너무 높아 대중주와 경쟁에서 어떻게 가격대를 구사해야 할 지 생각 중이라고 했다. 호메이슈를 캔으로 만들어 공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매년 10월 히로시마에는 일본 전국 정종들을 모아놓고 축제를 엽니다. 1잔에 500엔씩 잔술도 팔지요. 술 축제 겸 시음회로 신상품 공개 행사장이기도 하지요."
술을 그냥 빚어서 나눠 마시고 세금도 없는 전통주 특구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고 한다. 일본술 저변 확대를 위해 일본 정부는 곳곳에 특구를 지정해 두고 있다는 것. 히로시마에는 현재 전통주와 특산주 등 모두 50개 정도의 도가가 성업 중이다. 료지 씨는 자신의 집 가양주를 세계화 하는데 자신에 차 있다.
"일본에 맞는 술이 정종인 것처럼 한국과 한국음식에 맞는 술이 한국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전통주는 잘 전승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 전통주와 힘을 합해 양주에 맞설 수 있는 동양의 비주(秘酒)를 빚고 싶습니다. 한국 전통주의 건승을 응원합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