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색깔 외화 두편 이번주 개봉 흥행 대결 '솔트''크랙'
액션영화의 유일한 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와 '몽상가들', '007 카지노 로얄'의 신비로운 이미지의 여배우 에바 그린이 이번 주 극장가에 나란히 찾아온다. 졸리는 여름 시장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솔트'로, 에바 그린은 섬세한 여성주의 영화 '크랙'으로 전혀 다른 색깔, 다른 이미지다.
'솔트'는 할리우드의 유일한 액션전문 여배우라고 할 졸리를 위한 영화다. '졸리로 시작해 졸리로 끝나는 영화'라는 평이 적절해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일급 요원 에블린 솔트(졸리)는 임무 중 만난 거미 생물학자 마이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어느 날 솔트가 러시아 스파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CIA 본부를 찾아오면서 그녀의 일상과 지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솔트가 미국을 위험에 빠트릴 러시아 스파이라는 말에 동료들도 그녀를 의심한다. 남편마저 연락 두절이 되자 솔트는 동료 윈터(리브 슈라이버)의 만류를 뿌리치고 본부에서 탈출하고, 그녀를 추적하는 동료들과 맞대결하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당초 솔트 역은 톰 크루즈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그가 사양하는 바람에 졸리에게 떨어졌다. 졸리는 이 영화를 위해 '원티드 2'의 출연에도 포기할 정도로 이 역에 매달렸다고 한다. 주연이 여배우로 바뀌었지만 액션의 강도는 여전하다. 북한 특수요원들에게 고문받는 장면으로 시작해, 맨발로 건물의 외벽을 오르고, 달리는 트럭 지붕 위에서 유조차로 몸을 던지는 고난도 액션과 총싸움과 격투기 장면 등이 매 순간 끊이지 않는다.
'솔트'는 '본 콜렉터' 등을 연출한 필립 노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냉전을 등에 업은 정치스릴러물로 한때 장안을 평정했던 감독이다.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자신의 전공을 최대한 살린 이 영화는 CIA 요원이 막 자수한 러시아 간첩을 심문하는 도중에 도리어 이중첩자로 지목당하면서 시작된다. 구소련 시절 고도의 훈련을 받은 KGB 정예요원이 CIA에 침투해 있고 그 당사자가 솔트라는 폭로. 미국을 지키는 뛰어난 요원이 졸지에 러시아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을 암살할 위험 인물로 낙인찍혀버린다. 도망자 신세면서도 CIA 정예요원으로 갈고닦은 기술을 총동원해 거대한 음모를 벗긴다.
최근 미국에서 활동한 러시아 스파이 안나 채프먼 때문에 세계가 떠들썩한 현 시점과 잘 맞는 시의적절한 소재다. 액션 영화답게 시종일관 후끈한 액션으로 달궈진 영화다. 당초 22일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졸리를 위해 한 주 밀렸다.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화려한 액션의 '솔트'와 달리 '크랙'은 이지적이며 감성적인 영화다. 1930년대 영국 외딴 지역의 한 기숙학교. 디(주노 템플)가 이끄는 다이빙팀 학생들은 카리스마 넘치는 다이빙 교사 미스 G(에바 그린)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온 매력적인 백작 가문의 딸 피아마(마리아 발베르드)가 전학을 오면서 굳건했던 이들의 관계는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한다.
팀의 리더였던 디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 뛰어난 다이빙 실력까지 갖춘 피아마에게서 질투와 위기감을 느낀다. 그러나 디가 가장 우려했던 대로 미스 G가 피아마에게 빠져들면서 이들의 묘한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따라가는 데 집중한다. 기숙사라는 폐쇄 공간에서 살을 맞대고 생활하는 사춘기 소녀와 그들이 선망하는 여선생님, 거기에 끼어든 새로운 인물의 내면이 소용돌이치듯 감정의 물결을 이끌어낸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에바 그린이다. 카리스마 넘치지만 그 내면에는 질투와 사랑, 열정이 공존하는 여성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크랙'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쉴라 콜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감독은 액션 스릴러의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의 딸 조던 스콧. 삼촌인 토니 스콧과 아버지가 제작을 맡아 스콧 가문의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조던 스콧은 여성 감독으로서 특히 등장인물들의 오밀조밀한 감정을 대단히 정교하게 그려낸다. 기숙사 내·외부의 풍경을 회화적으로 그려낸 영상미도 뛰어나다. 그러나 대부분 예술영화들이 그렇듯 드라마로는 승부를 걸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더욱 영화를 보기 편할 듯하다. 동성아트홀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4분.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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