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궁극적으로 기생'. 뭔 소리인가? 창조적 기획이 돋보이는 광고를 기생으로 격하시키다니. 광고 관련자의 입장에서는 듣기 거북하겠지만 광고는 상품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문학, 미술, 음악 등 다른 창조적 산물들은 기생이나 예속이라는 단어와 거리를 멀지만 광고는 그런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상품과 관련이 없는 광고물을 만들었다간 자칫 그 존재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인들은 이런 태생적 입장과는 180도 다르다. 광고는 창조적 표현의 산물인 것.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상품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야 하기 때문. 그래서 광고인을 상업인으로 규정짓기도 어렵다. 미학적인 면, 인간의 감각을 건드리지 않고는 광고의 정체성조차 논하기 어려울 정도다. 광고의 본질에 대한 얘기는 다음 회에 더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꽃미남 이민호가 등장한 캔커피 광고 '칸타타' 속으로 들어가보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낯선 타인과 무엇인가를 공감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누군가의 이어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 혹은 낯선 이들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 나와 똑같은 책을 읽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 그것이 1%든 99%든 그와 나 사이엔 이미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 같은 공감의 코드는 음악이나 책과 같은 문화적인 아이콘일 수도 있고, 개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기 마련인 아이코닉(iconic) 브랜드일 수도 있다.
커피로 미묘한 공감을 나누는 젊은 남녀의 풋풋한 만남이 바로 이 광고의 핵심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초원을 배경으로 한가롭게 책을 읽으며 칸타타를 마시고 있는 이민호. 그의 앞으로 오픈카를 탄 미모의 여성이 다가와 길을 묻는다. "저, 여기로 가려면 어디로…"
자신이 마시던 칸타타를 손에 쥐고 길을 알려주는 이민호의 얼굴엔 미묘한 설렘과 수줍음이 묻어난다. "저 앞에서 우회전하신 다음에요, 좌회전, 좌회전, 좌회전 그리고 여기로 오시면 돼요."
칸타타를 손에 쥔 채 팔을 뻗어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가 싶더니 그 팔이 가리킨 최종 도착점은 다름 아닌 자신의 가슴팍이다. "여기로 오시면 돼요"라는 그의 귀여우면서도 조금은 앙큼한 길 안내에 여자는 그냥 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때 그녀의 오픈카 속 컵홀더에 꽂혀 있는 칸타타가 눈에 들어온다. 어쩐지 끌린다 싶더니. 어느 새 다정하게 앉아 각자의 칸타타를 마시며 미소 짓는 그들 위로 '칸타타는 칸타타를 알아봅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칸타타 공감'이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이 광고를 보고 난 시청자들은 뭐가 남을까. 기자의 생각은 이렇다. 첫째는 멋진 남성과 여성은 칸타타 취향이다. 둘째, 칸타타를 마시면 이상형에 가까운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다. 셋째, 칸타타 커피는 낭만과 고급스러움이 깃든 브랜드다. 이 정도면 광고주 측면에선 대성공이지 않을까? 광고에 등장한 배우도 자신의 이미지를 잘 활용해 돈도 벌고 이미지 상승효과도 누리는 '꿩 먹고 알 먹고'다.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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