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균의 운동은 藥이다]아이들 키 성장, 약물보다 운동이 최고

입력 2010-07-26 07:23:45

매년 방학 때면 '키를 키워준다'는 성장 관련 광고가 봇물을 이룬다. 한때 "키가 작은 사람은 '루저'"라는 말이 논란이 됐을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키는 더 이상 생물학적 신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 키는 생물학적 사회적 우성인자의 아이콘이다. 키 작은 자녀를 둔 부모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떤 운동을 하면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아이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보다 키가 크다. 운동이나 신체를 움직이는 놀이는 키가 크는 데 직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운동 강도에도 분비되며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분비도 증가한다. 운동 후 60분까지 성장호르몬 분비는 증가하다 그 뒤로는 점차 감소해 운동을 그친 후 몇 시간 후에는 정상수준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운동을 하지 않을 때도 성장호르몬이 두 배쯤 높다고 한다.

운동은 '성장의 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즘 아이들은 과도한 성적 경쟁으로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 있기 쉽다. 이런 아이들은 짜증을 잘 내고, 불안해한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상대적으로 성장 호르몬 분비는 억제된다. 그래서 걱정이 많은 아이는 잘 자라지 않는다.

운동은 뼈와 근육을 잘 자라게 만든다. 뼈는 자극을 받는 방향으로 성장한다. 운동을 할 때 관절의 움직임은 뼈에 물리적 자극을 주어 성장판의 세포 분열을 촉진한다. 지구 중력의 방향으로 정당한 압력이 뼈에 가해지면 골밀도가 증가하고 근육도 강해진다.

규칙적인 운동의 장점은 이뿐만 아니다. 몸무게를 적절히 유지시켜 비만과 사춘기 성조숙증을 예방한다. 깊은 잠을 잘 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키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운동은 숙면을 유도해 키 성장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키를 쑥 자라게 하는 특별한 운동은 없다. 어떤 특정한 운동이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더 촉진시킨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운동 중 '몸을 위아래로 당겨 성장을 촉진하는 운동기구를 사용한다'거나 고가의 특수 운동 장비를 사용한다는 키 성장 광고에 현혹될 필요는 전혀 없다. 이런 것은 작은 키 콤플렉스를 악용한 상술일 뿐이다.

'잘 노는 아이가 잘 큰다'는 말이 있듯 아이가 즐겨하며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 키 크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을 좋아한다면 스포츠클럽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집근처의 도장에서 태권도나 합기도를 배우거나 스포츠센터에 등록을 해 운동을 하면 운동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며 안전하게 운동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키 성장을 방해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잘 먹지 않고 운동만 하거나, 다음 날까지 피로가 남을 정도로 운동을 심하게 하면 키가 잘 자라지 않는다. 아이가 성장하려면 에너지 섭취와 소비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먹는 양은 적은데 활동량이 너무 많으면 성장으로 갈 에너지는 소진된다. 성장에 따른 적절한 체중 증가가 동반되는지 한 달에 한 번 정도 확인을 하며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종균(운동사) 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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