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송현동 신청사 이전 후 철거않아…인근 학산공원 미관 헤쳐
23일 오전 대구 달서구 본동 남송초등학교 서편 네거리. 2층짜리 회색건물이 덩그러니 서 있다. 한눈에도 방치된 건물이다. 지난해 1월 29일 이곳에 있던 송현지구대가 송현동 신청사로 이전한 뒤부터다. 출입구 유리에 '송현 지구대가 신청사로 이전했다'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안을 살펴보자 사정은 더 심각했다. 먼지투성이가 된 책상과 의자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부서진 차량 범퍼까지 나뒹굴고 있었다.
폐허가 된 지구대 건물이 학산공원 부지에 1년 6개월 넘게 방치되고 있지만 경찰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철거를 미뤄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시간 가량 이곳 주변을 둘러봤다. 학산공원이 인접해 있었지만 공원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건물 뒤쪽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소파 4개가 버려져 있었다. 건물 오른쪽에는 6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무성하게 자란 풀 사이에서 오가던 행인이 서서 볼일을 보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주민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며 이곳을 거친다는 김순덕(60·여) 씨는 "손자가 이 건물을 보고 귀신의 집이라고 부른다"며 "앞에 초등학교와 대학도 있는데 하루 빨리 철거했으면 좋겠다"며 불쾌해했다. 인근 중국음식점 업주도 "저렇게 방치된 지 한참 됐다. 한때는 파출소였는데 그 앞에서 불법이 엄연히 자행되고 있다"며 혀를 찼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파출소나 지구대는 법에서 명시한 '공원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공원부지에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은 1987년 12월 학산공원에 파출소를 세워 20년 이상 사용해왔다. 하지만 철거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파출소는 공원에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에야 이전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3월부터 관할 경찰서에 철거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예산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할 달서경찰서는 "지난해 5월 대구경찰청에 철거 비용을 요청했는데 예산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 철거하지 못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철거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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