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두들겨 맞는 TK, 방패가 없다

입력 2010-07-23 09:58:37

야권은 박영준·여권은 이상득 겨냥…지역 인사 집중포화에도 속수무책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파문이 대구경북 인맥에 집중포화를 퍼붓다가 잠시 숙지는 듯했지만 야권 등이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다시 점화되고 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진상규명특위 이석현 의원은 22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년 전 민간기업인 서희건설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서희건설은 참여정부 시절 굵직한 공사를 많이 수주해 두각을 나타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김종익 씨를 친노무현 인사로 보고 내사한 것과 같은 사례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경찰이 서희건설을 조사했지만 비자금 제공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고 정권 실세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 회사 대표이사가 특별한 관계라는 점이 드러나자 서둘러 수사를 종결한 의혹이 있다"며 서희건설과 박 차장의 유착 여부에 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서희건설은 1994년 포항제철 출신의 이모 씨가 포항에 설립한 도급순위 43위의 중견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박 차장 측은 이에 대해 "어제 오후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접한 뒤 '일하기도 바쁜데 무슨 근거 없는 정치공세냐'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자신의 부인이 2년 전 불법 사찰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 사건은 국가 존립의 문제이자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어떤 선에서 누구 지시에 의해 불법사찰이 벌어졌는지 검찰이 밝혀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떤 선'의 대상에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남 의원이 이 의원에게 2008년 총선 불출마를 요구한 바 있어 '보복성 사찰'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남 의원은 불법 사찰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는 "정두언, 정태근 의원과 논의해보겠다"고 밝혀 불법 사찰 파문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남 의원과 정두언, 정태근 의원은 2008년 총선 직전 '55인 성명'을 통해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청한 바 있다.

이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의원은 리비아 외교를 마친 뒤 가족들과 휴가 중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6·2지방선거, 세종시 원안 추진 등으로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에 힘이 빠지면서 정치권의 TK(대구경북) 때리기가 여야 가릴 것이 없는데 한나라당 내부도 수도권·PK 천하여서 TK 방패막이가 전혀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