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중심의 운영이 성공 비결…반도 겐 동물원장

입력 2010-07-23 08:02:21

그가 불쑥 나타났을 때 하급 직원이 회의실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캐주얼 차림에 반소매 티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허리에 무전기까지 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그가 자신을 '원장'이라고 소개할 때까지 멀뚱하게 앉아있었다.

반도 겐(坂東元·50) 원장은 다소 쑥스러웠는지 "평상시 근무 복장"이라며 씩 웃었다. 당연히 일본 최고의 동물원 원장이라면 근엄한 모습에 정장 차림이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잘못된 선입견인가. 격식과 형식을 중시했다면 창조적 발상이 없었을 것이고 오늘날의 아사히카와 동물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소박하고 재미있었지만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선 동물이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직원에 불과하고요."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라는 모토를 실천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폐장 위기에 몰렸을 때 사육사들은 '모든 동물은 멋지고 존귀하다' '동물의 자연스런 특징을 보여주자'는 데 의기투합했고 지금까지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 여느 동물원처럼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단순한 오락거리로 손님을 끌려한 적이 있었지만 결코 옳은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육전시계장 시절인 2000년대 초반 펭귄관, 원숭이 동산, 북극곰관, 바다표범관 같은 '행동전시'의 걸작품을 기획하고 만들 때가 즐거웠다고 한다.

최근의 관람객 감소 현상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오히려 그게 더 낫다"고 했다. 지금까지 몰려드는 관람객들로 인해 제대로 서비스를 못했는데 이를 바로잡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관람객 감소 원인 중 하나는 다른 동물원들이 이곳의 전시 형태를 베껴갔기 때문이지만 실패하는 곳이 많단다. 동물 중심으로 운영하지 않은 탓이다. "앞으로는 동물들에게 더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주려 합니다. 그러면 인간과 동물의 소통이 더 자연스러워질 겁니다." 그는 "동물세계의 멋진 면을 느끼고 싶다면 겨울에 한 번 더 찾아오라"며 웃었다. 박병선기자

◆반도 겐 원장은? 1961년생으로 홋카이도 대학 수의과를 졸업했다. 1986년 동물원에 사육사로 들어와 처음에는 백조와 오리 사육을 했다. 사육전시계장, 부원장을 거쳐 지난해 4월 원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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