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원들 전략적 몽니 부려야" 김치영 이사

입력 2010-07-23 07:40:48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상임 이사

'리얼리스트가 돼 버린 로맨티스트.' 김치영(56)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상임 이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30대 초반이었던 13대 국회부터 16대까지 16년 동안 국회의원 보좌관과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장을 지냈다. 당시만 해도 보좌관 업무 자체를 좋아했고 손해볼 일이 생기더라도 웃으며 여유있게 살아가는 로맨티스트였다고 한다. 대구경북 출신 보좌관들의 맏형 역할도 했다.

그런데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겠다는 뜻을 품게 되면서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자신도 변해갔단다. 2004년과 2008년 총선에 잇따라 출마했으나 공천심사에서 탈락해버린 게 충격이었다. 낙천 자체보다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까지 들자 정치가 그렇게 혐오스러울 수가 없었다. 현실 정치를 몰라도 너무나 몰랐다는 것을 절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멘토이자 지역 정치권의 원로였던 장인 어른까지 돌아가셨고 아내는 화병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당시의 일들을 되뇌이기가 벅차다"는 그는 "건강만은 붙들어야겠다고 모질게 마음먹은 끝에 전국의 산이란 산은 모두 찾아다녔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산길을 혼자 걷는 만큼 특효약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사가 되기전까지 2년 반 동안 직장을 갖지 못한 채 생활해 왔다. 그렇지만 승부는 삼세판이라고들 한다. 김 이사는 다음 총선을 마지막 승부로 벼르고 있다. 지금 자리도 "마지막 도전을 위해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한다.

말띠의 역마살 인생이기도 하단다. 1976년 대학을 졸업한 후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몇년 안돼 출판사로 옮겼고, 중동지역으로 가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등 국회로 들어오기전 12년간 떠돌이 생활을 했던 것이다.

김 이사는 "대구경북 경제를 회생시키려면 지역 의원들이 '전략적인 몽니'를 부려야 한다"고 강조한 뒤 "현 정부의 국정 기조를 우리 지역 쪽으로 가져오겠다는 정도의 비장한 각오 없이는 경제를 살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외자 유치를 위해서도 신공항 건설은 지역민들이 바라는 대로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포회 논란과 관련해서는 "유명무실한 친목모임 하나가 야당 측에 공세의 빌미를 주고 있는데, 대구경북을 사랑하는 실세들의 모임이 실제로 있어서 논란이 됐다면 덜 억울할 것"이라고 했다.

부전자전이었다. 아들(28)도 국회에서 의원 보좌진으로 활동하면서 정치의 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를 졸업한 아들은 당초 고시공부를 했으나 아버지 선거를 지원하다가 인생 목표를 정치 쪽으로 돌렸다고 한다.

대구 출신으로 대건중-대륜고-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김 이사는 국회와 정치권의 뒷얘기를 담은 책을 내년 쯤 발간할 계획인데 "부정적인 얘기보다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실수 등 에피소드를 주로 다룰 것"이라고 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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